김평육 선교사님. 기축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보내주신 새 간증 설교집, 너 하나님의 사람아를 단숨에 읽었습니다. 바쁜 사역 중에서도 말씀을 깊이 묵상하며, 아프리카 난민촌에서 몸소 만난 예수님을 증거하신 설교집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책 서두에 선교사님의 간증은 아프리카 오지에서 겪은 고난의 흔적이요, 승리의 나팔소리요, 오병이어의 기적이며, 난민촌에서 예수님과 함께 흘린 땀과 눈물의 결정체라고 쓴 글에 공감했습니다. 지난 14년 동안, 선교사님의 사역을 가까이서 지켜본 사람들의 한결같은 마음이겠지요.
1994년이던가요? 선교사님이 내시는 ‘크리스챤 라이프’에 글을 실으면서 처음 뵈었지요. 그 즈음, 종족살육 전쟁이 한창이던 르완다에 취재 차 가셨다가 소명을 받고 아프리카 선교에 헌신하기로 결심하시던 때로 기억됩니다. 젊은 30대 엔지니어 사업가가 넝마처럼 죽어 가는 아프리카의 영혼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인생의 십일조로 꼭 6년만 헌신하겠다고 다짐하시던 때였습니다.
왜 하필이면 그 먼 아프리카일까, 얼마나 견뎌 내실까라고 걱정들 했지요. 그 후 선교사님과 가족들의 피나는 고생담을 전에 쓰신 세 권의 책에 가끔 피력하셨지요. 선교사님의 ‘무중구 실링기’ 출간모임 때 축사랍시고 저는 선교사님 가족걱정을 했었습니다. 선교사님이 오지로 떠나면, 식품점 앞에 고물차를 세우고 신문뭉치를 힘겹게 나르시던 여윈 사모님. 그리고 엄마를 돕는 어린 두 남매의 눈망울을 볼 때 기도에 눈물이 젖어 나온다라고 했지요.
그러나 14년만에 르완다와 부룬디. 탄자니아, 콩고, 우간다 등 아프리카 5개국을 아우르는 국제적 사역이 되었습니다. 전쟁고아들과 미망인, 난민들을 돕는 구제 사역에서 1천명의 단기 선교단을 파견, 아프리카인 150만 명을 참여시킨 ‘월드미션 프론티어’로 성장했습니다. 놀라운 하나님의 역사이지요.
이제는 2020 새 비전의 일환으로 신학교와 병원선, 자립농장 건축사업이 꾸준히 추진되고 있습니다. 아프리카 미래지도자 양성을 위한 한국 유학 보내기 운동의 진척도 큽니다. 무엇보다 성장한 두 자녀들이 아버지를 따라 선교사로 헌신하기로 서원한 기특한 소식도 들었습니다.
가난한 목사의 아들로 태어나 목회자가 되기를 한사코 거부하고 피해 다녔던 선교사님이 어떻게 아프리카 선교소명에 붙잡힌바 됐는지 누군가 물었습니다. 그때 고백하셨지요.
비참한 르완다 난민촌의 참상을 보며 과연 하나님이 살아 계신지, 허면 왜 침묵하시는지 원망하며 몇 일을 헤맸습니다. 그때 팔이 잘린 어린 고아가 내 앞에 섰습니다. 순간 모세 앞에 나타났던 불타는 떨기나무를 보았습니다. 평육아, 내가 르완다의 고아를 돌보러 왔는데 이렇게 팔이 잘려 도울 수 없구나. 네가 내 팔이 되어 이들을 도와다오 하시는 음성이 들리는 듯 했습니다.
김 선교사님. 아직도 멀고 힘든 선교의 길을 가셔야겠지요. 겉에서 보면 성장세이지만 그 사역 하나 하나에 숨은 기도와 인내와 희생이 얼마나 큰지 누가 다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기도하겠습니다. 책 서두에 정현 시인이 선교사님의 삶을 그려낸 시를 소리내어 읽어봅니다.
...그 멍에의 허기짐으로/그 열정의 목마름으로/그 사명의 몸부림으로/ 만물의 찌끼처럼/세상의 오물처럼/ 그 어떤 눈 흘김도 손가락질도/ 하물며, 실성했다해도 좋은 사람아// 넘어지고 쓰러지고 고꾸라져도/ 한 곳만 향하여 전진할 뿐/ 꿈도 이상도 야망도 혈육도/땀과 눈물과 희뿌연 흙먼지에 묻어버린 사람아//이 시대의 행전 이십 구 장이란/구원 역사의 다리를 잇기 위해/뛰는 심장을/오직/십자가에만 올려놓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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