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러나는 조지 부시 대통령이 마지막 기자회견을 했다. 이 기자회견은 “부시는 역시 대통령 재목은 아니다”하는 인상을 다시한번 남겼다. 부시는 재임기간동안 질의응답 형식의 공식기자회견을 피해 왔다. 그의 기자회견은 항상 주지사급의 회견을 연상케 한다. 답변의 질이 떨어져 “저 사람 대통령 맞나”하는 의구심을 자아낸다.
그는 기자들이 자기를 얼마나 평가절하 하는지 알고 있다. 이날 회견에서 “여러분이 나를 잘못 평가 절하하는 경우도 있었지만”이라고 언급한 것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공식회견을 할 때마다 실수가 터져 스스로가 너무 긴장했었다. 그러다가 지난 12월 모처럼 이라크에서 극적으로 질의 응답식 회견을 한다는 것이 그만 신발 던지기 망신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는 마지막 회견에서 자신의 이라크 전쟁수행 방식이 전적으로 옳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것은 하나의 좋은 기록으로 남게 될 것”이라고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부시는 재임기간 자신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는지 반성하는 빛이 없다.
부시의 결정적인 잘못은 국민을 오도한 점이다.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가 쓴 ‘부정의 나라’에는 테넷 CIA부장이 부시에게 “이라크는 핵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보고 했는데도 부시가 이를 못들은 척 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미국의 CIA는 이라크의 외무장관 나지 사브리를 구워삶아 그로부터 “사실 우리는 핵무기가 없다”는 정보를 극비리에 얻어 냈음에도 부시와 그의 참모들이 이 정보를 의도적으로 택하지 않았다고 드럼헬러라는 전직 CIA 간부가 폭로한 적이 있다.
부시는 왜 이라크 전쟁을 무리하게 실행했을까. 오일을 새 시대의 새 질서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유전만 차지하면 러시아와 중국, 이란을 견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 것이다. 이는 부시의 강경파 참모였던 월포비츠가 솔직히 털어 놓은 내용이다. 그런데 이라크의 유전도 장악하지 못한 채 4000명의 미국 젊은이가 목숨을 잃었고 2만여명이 다리와 팔을 잃는 부상을 당했다. 게다가 천문학적 숫자에 이르는 어마어마한 국민세금이 이라크전에 쏟아 부어졌다. 부시와 체니의 그릇된 판단 때문이다. 이라크전의 진상은 부시가 물러난 다음 의회청문회를 열어 밝힌 후 국민을 속인 관계자들을 형사 처벌해야 한다.
부시정권은 부시와 체니의 공동 대통령제(copresidency)였다. 체니는 부통령이었지만 사실상 숨어서 모든 문제에 막강한 파워를 휘둘렀다. 두 사람은 링컨과 루즈벨트가 전쟁을 통해 어떻게 대통령의 권한을 강화 했는지를 연구해 9.11 사태 후 의회를 장악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오히려 자신들이 9.11사태를 막지 못한 잘못을 테러리스트의 위협을 등에 업고 교묘하게 피해 나간 것이다.
부시는 닉슨을 능가할 정도로 모든 정책을 비밀리에 진행 시켰으며 기자회견을 최대한으로 기피했다. 솔직한 정부가 아니라 음흉한 정부의 인상을 풍겼으며 여기에는 체니 부통령의 권모술수가 숨겨져 있다.
결과적으로 부시는 미국 민주주의의 세포를 파괴 시키는데 앞장 선 모순을 범해 “대통령은 이렇게 하면 안된다”는 시범을 보인 셈이 되어 버렸다. 부시 재임동안 미국이 강화되기는커녕 스스로 약화되는 역설적인 현상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이 부시가 범한 잘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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