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직장인 이 모씨는 요즘 사랑니를 뽑을까 말까 고민 중이다. 충치가 생겨 지난해 2월부터 치과에서 이를 뽑을 것을 권했지만 1년 가까이 미뤄왔다.
의료보험을 사용해도 300달러가 넘는 치료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것.
하지만 더 이상 미루다간 멀쩡한 다른 이빨마저 상할 수 있다고 의사가 진단, 이 씨의 마음고생은 더욱 심해졌다.
경제상황이 악화되면서 돈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을 키우는 환자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어렵게 병원을 찾았더라 하더라도 병원비 걱정 때문에 치료를 도중에 포기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병원 관계자들은 최근 외래 환자수가 줄어든 것도 불경기와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메릴랜드의 이정환 치과의는 “환자수가 지난해보다 20% 정도 줄었다”며 “환자들 가운데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느껴질 때까지 치료를 뒤로 미루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래도 치료비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버지니아의 서진호 내과의는 “독감이나 기관지 질환이 최근 치료를 미루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초기에 한번만 치료하면 될 것을 차일피일 미루다가 증세가 악화돼 항생제 주사를 맞고 각종 검사까지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무보험 환자나 보험이 있어도 병원에 갈 때마다 본인 부담액(co-pay)을 내야 하는 30~50대 성인 환자들 가운데 이런 경우가 특히 많다.
회사 보험을 소지한 한인 여성 박모씨는 주치의를 찾아 감기와 앨러지 치료를 받은 뒤 일주일 뒤 다시 오라는 의사의 권유를 무시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박씨는 “예약까지 해놓은 상태였지만 가봐야 몇 가지 질문에 대답만 하고 돌아올 텐데 20달러의 본인 부담액을 내기가 아까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 전문가들은 당장 진료비를 아끼려다 병을 키워 훗날 더 큰 비용을 부담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서진호 내과의는 “일부 환자들은 버틸 때까지 버티다가 병을 키워 병원을 찾는다”며 “지금처럼 경제상황이 좋지 않을 때 더욱 건강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 내과의는 “당뇨병 환자들은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렵더라도 제때에 치료를 받지 못하면 합병증으로 큰 고생을 하게 된다”며 정기적인 체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창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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