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잘 아시는 분이 새로 이사를 하셔서 집들이를 갔는데 그곳에서 낮설은 어느 노인을 만나게 되었다. 일찍 미국에 유학와 영어도 유창하고 세련된 말솜씨에 제법 알아주는 직장도 다니셨던 것같다. 대부분의 노인분들이 영어를 잘 못하시는데 비해 그분의 유창한 영어구사에 어찌나 부럽고존경 스럽던지. 나도 모르게 젊은 저도 영어가 안돼 고생하는데 정말 훌륭하십니다. 이곳에 어른들 모이는 곳이 있던데 잘 나가시죠? 친구도 많으시겠어요. 하고 존경의 표시를 했는데-뜻밖의 대답에 존경의 마음은 사라지고 그분의 인격이 한없이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그런 노인 모임엔 안가요. 다들 이상해. 친구할 상대가 없어! 외로워! 수준도 낮고 다들 월페어 타는 수준들이야. 그런 사람들 하고 무슨 대화를 해? 하는 거였다.
그 대답만 안 들었어도 그분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갖고 집에 왔을텐데…
더구나 나를 더욱 짜증 나게한건 묻지도 않은 자신의 배경에 대해 나를 붙잡고 장황하게 나열하는 것이었다. 자신의 증조부가 한자리 했었다는둥, 부친은 어느 학교 총장 이었다는둥, 옆에 있던 젊은 남자 까지 합세해 그 노인을 자랑스럽게 소개하면서 이분은 훌륭한 누구의 자재분 이시며 동생은 한국에서 아주 잘 나가는 박사로 일하십니다. 하는거였다.
그 노인이 힘든 역경을 딛고 자수성가 한것도 아니고 본인의 업적도 아닌 것을 그 노인과 무슨 관계가 있다는건지. 그냥 있었으면 빛났을 그 노인이 자신을 내세우려다 자신의 배경까지 합세해 오히려 품위가 떨어지는 상황들이 요즘 흔히 일어나는 작태인것 같다.
우리 또한 사람을 지칭하거나 소개할 때 어느 학교졸업해 집안이 어떻고, 왕년에 뭐했던 사람등이 거의 지배적이다. 나는 이런 소릴 들으면 역겹다 못해 소개하는 사람까지 하찮아 보인다. 아마도 짧은시간에 그사람에 대해 피력하려는 모양인데 듣다보면 현재 모습을 보기보다 선입견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유유상종’이라고 가치관과 인생관이 비슷하면 당연 대화가 되고 내적인 교류를 통해 친구가 되는건 당연지사. 제 아무리 높은 학력과 화려한 배경이라도 겸손치 못하면 상대는 떠나게 마련이고 배움자체가 초라하기 그지없다. 누군가 말했듯이 배움은 내것되기 위함이 아니라 남에게 주기 위함이라던데…
그지식을 영어를 하지못해 미국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동료 노인들의 귀와 소리 되어 노년에 그들을 위해 봉사를 한다면 그 얼마나 빛나는 삶일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집에 돌아오는 내내 그 분이 말한 수준에 대해 생각했다. 지식은 단지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과 같은 것에 불과하며 나이가 들수록 삶 속에서 묻어나는 내면의 그윽한 향기가 더욱 품위있는 수준 아닐까. 교양이 넘치는 세련된 말씨보다 투박하게 말해도 함께 어울리며 순수한 인간미를 지닌 따뜻한 가슴을 가진 이민1세들의 노인이 더 좋다. 그 노인이 말하는 수준낮다는 노인들은 내게 있어 너무나 훌륭하신 분들이시다. 몸이 부서져라 막일해가며 자신을 희생해 언어도 안 통하는 미국에서 자녀들을 훌륭히 키운 그 분들을 어찌 수준이 낮다고 말할수 있는지.
어제 만난 그 노인은 내가 만난 사람들 중에 가장 수준이 낮은 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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