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목요일 오후 3시30분 경 뉴욕의 허드슨 강에 추락한 US 에어웨이 사 소속의 에어버스 비행기에서 사망자가 하나도 없었던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출발한 그 비행기는 이륙한지 3, 4분만에 거위들이 엔진에 빨려 들어가 엔진이 둘 다 꺼지는 바람에 가까운 뉴저지 공항으로 향하던 중 80톤 무게의 기체가 급강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조종사가 마치 가벼운 활공기를 다루듯 강 중심 부분에 연착륙을 시켜 기체가 부서지지 않았기 때문에 150명의 승객들과 승무원들 5명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던 것이다. ‘체슬리 설렌버거’ 기장을 영웅으로 부르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다. 뉴욕의 맨해튼 부근으로 비행기를 빌딩들의 숲인 강 연안에 내리게 했다면 인명피해가 얼마나 어마어마했을 것인가를 생각해보면 설렌버거 기장을 냉철하고, 침착하고, 태연자약하다(calm, cool and collected)고 부르는 게 당연하다.
이번 사건에서 영웅적 역할을 한 사람들 중에는 뉴욕 경찰, 소방구조대원들과 해양경비대원들만 아니라 민간인들도 있었다. 뉴욕 중심부라서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페리들과 관광선박들이 몇 분 내에 사고 현장에 이를 수 있었기 때문에 더러는 물에 빠지기도 하고 대개는 비행기 날개에서 구조를 기다리던 승객들을 구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 비행기가 급강하하던 중 만약 조지 워싱턴 다리를 쳤다면 있었을 인명피해와 사고지점이 페리선과 관광선들의 내왕이 빈번한 지역이 아니었다면 많은 승객들이 동상에 걸리고 동사했을 것을 생각하면 아찔하기만 하다. 27년 전 워싱턴 내셔널 공항을 떠난 에어 플로리다 비행기가 포토맥 강에 추락했을 때 70여 명의 승객 중 단 3명만이 구출되었던 것과 대조가 된다.
설렌버거가 조종하던 비행기에 탔던 사람들은 정말 몇 초 사이에 생사의 기로에 있었지만 미국 경제상황은 그런 위기는 아니라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calm, cool and collected 란 표현이 버락 오바마에게 적용되는 것은 재미있다. 대통령 선거전의 여러 차례 후보 토론들에서 볼 수 있었듯이 오바마는 어떤 도발적인 상대방의 언사에도 목소리조차 평정을 잃지 않는 태연자약함과 냉철함을 보여왔다. 더군다나 “오바마가 연설 한 번 잘 한 것밖에” 대통령 자격이 없는 사람이니까 자기를 뽑아주어야 된다고 아우성치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으로 영입하는 자세 하며, 또 오바마가 속임수로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난한 ‘빌 크리스털’을 포함한 보수논객들과의 만찬 자리에 참석했다는 포용성으로 보아 정말 소속 정당이나 정치사상에 구애되지 않는 새 정치를 펼 것이라고 기대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오바마가 1조 2천억 불의 적자 예산을 넘겨받고 미국의 실직자가 1천만이 넘는 경제위기를 타개하는데 성공할는지는 그야말로 미지수다. 미 의회가 10월 달 경제안정법을 통과시켜 7,000억불을 은행 등 금융기관의 구제자금으로 방출한 나머지를 오바마 정부가 들어서자마자 사용하도록 했다든지. 8,000억불 내지 1조 몇 천억 불의 경제부양책을 마련하다지만 금년은 내내 어려울 것이라고 오바마는 경고하기를 잊지 않는다.
더군다나 최고 속도로 내각의 인선을 무난히 끝냈다고 자화자찬이 있었지만 상무장관 내정자 ‘빌 리차드슨’ 뉴멕시코 주지사가 어느 정치헌금자에게 주와의 계약을 주었다고 해서 연방 대배심원의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을 가볍게 생각했다가 그가 중도퇴장하는 바람에 체면을 구겼다.
또 일리노이 주지사가 오바마의 후임으로 임명한 ‘버리스’ 상원의원을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언한 민주당 상원 코커스를 지지했다가 유일한 흑인 상원의원이라는 인종 이슈를 제기한 버리스를 상원의원으로 선서시킬 수밖에 없었던 것은 역시 정치에 미숙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제 다음 화요일이면 대통령으로 선서하는 오바마 앞에는 난제들이 산적해있어 그가 과연 미국의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미국의 국위를 높이는데 성공할는지 또는 실패할는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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