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경제위기와 전쟁 수행이란 특수 상황
초기 강경정책은 부담… 일단 내실 다질듯
오바마는 새 정부의 정책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관련분야 테크노크래트를 대거 각료로 지명하는 등 변화에 시동을 걸어 놓았다.
초선 상원의원 출신인 오바마는 그러나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와 두 개의 전쟁(이라크, 아프가니스탄전) 수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을 감안해 급격한 변화보다는 일단 내실을 다지면서 `안정된’ 변화를 꾀할 전망이다.
내각인선 과정에서 공화당 인사 2명 기용, 여성과 아시아계(일본.중국) 각료들에 대한 배려, 노·장·청의 조화를 기한 것은 초당·탕평인사를 통해 민주당 정권의 일방통행식 통치가 아닌 국민적 합의에 기초한 거국 내각을 이끌어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국민의 의사와 유리된 변화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진보진영뿐 아니라 보수진영에서도 일단 오바마 차기 행정부의 내각인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오바마가 과거 어느 대통령 당선인보다도 우호적인 환경 속에서 출발선상에 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입법, 행정, 사법 3부의 견제와 균형이 잘 짜여진 미국의 권력구조상 대통령이 이끌어낼 수 있는 변화의 기대치와 한계를 오바마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방증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퍼스트레이디 출신인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국무장관 기용을 비롯해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 백악관과 내각에 몸담았던 인물들을 대거 수혈한 것은 워싱턴 정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워싱턴 정치의 수술을 위한 메스를 쥐어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특히 여야 대화·합의 정치를 이끌어내기 위한 포석이 관심을 끈다. 백악관 비서실장에 하원의원 출신인 람 이매뉴얼을 앉히고, 백악관 예산국장에 의회 예산국장 출신인 피터 오재그 등을 기용한 것은 백악관과 의회의 소통을 염두에 둔 인선이다. 내각과 의회의 소통을 위해 상하 의원들이 대거 중용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힐러리 국무, 켄 살라자르 내무장관 내정자는 현직 상원의원이고, 레이 라후드 교통과 힐다 솔리스 노동장관 내정자는 하원에서 각각 차출됐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오바마의 정책 어젠다는 경제위기라는 높은 파고로 인해 당분간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문제를 뒷전으로 미룬 채 변화를 위한 초강공 드라이브를 건다면 정권 초기에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 입장에서는 당장 발등의 불인 경제문제를 조속히 진화하지 않고서는 자신의 집권 플랜을 가동하기 쉽지 않은 처지인만큼 경제난 극복과 변혁 어젠다 추진에 조화를 기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통적으로 집권 100일 이내에 새 정부의 정책 어젠다를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는 점에서 이 기간 내에 오바마 정부의 정책 우선순위가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CNN방송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바마 당선인에 대한 지지는 82%에 달해 후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를 조금 상회하는 대선 지지를 받은 오바마 입장에서는 당선인 시절에 `원군’을 추가로 확보한 셈이다.
다만 오바마가 변화를 위한 확고한 리더십을 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판단은 그의 인기도와 반드시 비례하지 않는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라드 블라고예비치 일리노이 주지사가 오바마 당선인이 내놓은 상원의원 자리를 돈을 주고 팔려한 `매관 파문’ 과정에서 드러난 오바마 당선인의 위기관리 능력은 후한 점수를 주기에는 미흡한 구석이 있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오바마는 변화의 중심에 서있지만, 주변은 아직 옛날식 정치와 관행에 익숙해 있다는 얘기다. 결국 오바마발 변화도 오바마 자신과 주변이 과거 정치와의 단절과 새로운 출발을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현실화되기까지 상당한 시련과 시행착오가 예상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
로버트 게이츠 국방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
에릭 홀더 법무
켄 살라자 내무
톰 발삭 농무
힐다 솔리스 노동
팀 대슐 보건후생
레이 라후드 교통
스티븐 추 에너지
아른 던컨 교육
에릭 신세키 재향군인
자넷 나폴리타노 국토안보
론 커크 무역대표부
노예제도에서 흑인 대통령까지
▲1619년 = 아프리카 흑인 노예 20명이 당시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지니아주 제임스타운에 당도.
▲1787년 = 연방 헌법은 의회가 1808년까지 노예매매를 금지할 수 없도록 규정.
▲1808년 = 노예 수입 금지.
▲1831년 = 냇 터너가 버지니아주에서 노예 반란.
▲1861∼65년 = 남북 전쟁.
▲1865년 = 수정헌법 제13조를 근거로 노예제를 공식 폐지했으나 링컨 대통령은 암살.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비밀 폭력단체인 ‘쿠 클럭스 클랜’(KKK) 결성.
▲1868년 = 흑인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수정헌법 제14조 공표.
▲1870년 = 흑인 남성들이 투표권을 얻었고 조 레이니와 히람 레블스가 각각 미국 최초의 흑인 하원 및 상원의원으로 선출.
▲1896년 = 대법원은 “서로 다른 인종은 동등하지만 분리될 수 있다”는 판결을 내려 남부에 확산된 인종분리주의를 정당화.
▲1949년 =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대통령령에 따라 전투부대 내 흑백분리가 공식 폐지됐다.
▲1954년 = 대법원은 학교내 흑백분리가 위헌 판결.
▲1955년 = 앨라배마주의 흑인 인권운동가인 로사 팍스가 백인에게 버스좌석 양보를 거부하면서 대규모 흑인운동이 전개됐다.
▲1957년 = 연방 의회는 모든 흑인들에게 투표권을 부여하는 공민권법(Civil Rights Act)을 통과시켰으나 상당수 남부 주들은 이 법안을 지키지 않았다.
▲1963년 = 마틴 루터 킹은 흑인운동의 정점에서 워싱턴 DC에 운집한 20만명의 군중을 앞에 두고 “나에게는 꿈이 있다” 연설.
▲1968년 = 마틴 루터 킹이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암살당한 뒤 미 전역에 걸쳐 흑인들의 폭동이 일어났다.
▲1984, 1988년 = 흑인 지도자인 제시 잭슨이 대선 후보 선출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다.
▲2005년 = 콘돌리자 라이스가 흑인 여성 최초로 국무장관에 임명됐다.
▲2008년 = 첫 흑인 대통령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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