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의사당 정면에는 대형 성조기가 길게 드리워져 있다. 몰려든 사람만 200여만 명으로 축제분위기로 한껏 들떠 있다. 4년 마다 있어온 행사다. 그렇지만 올해의 경우 그 의미는 각별하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하는 대통령 취임식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은 초대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래 하나의 틀을 유지해오면서 대통령과 미국 국민 사이에 맺어지는 일종의 계약이란 전통을 세워왔다. 그리고 이 4년마다의 축제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도 전해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는 44대 대통령이다. 그러나 대통령 취임식은 이번이 56번째다. 중임 대통령이 15명에, 4선 대통령(프랭클린 루즈벨트)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이 사진으로 처음 기록된 것은 1857년 제임스 뷰캐넌의 취임식 때였다. 수도 워싱턴에서 처음으로 취임식을 가진 대통령은 3대 토머스 제퍼슨이다.
초대 워싱턴 대통령은 뉴욕에서 취임식을 가졌고, 2대 존 애덤스 대통령은 필라델피아에서 취임했다. 수도 워싱턴은 아직 건설 중이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 취임 연설 중 가장 짧은 연설은 2분이다. 워싱턴 대통령은 두 번째 취임식 때 135단어에 불과한 연설문을 읽은 것으로 기록돼 있다.
가장 긴 연설을 한 대통령은 9대 윌리엄 해리스 대통령이다. 무려 1시간 45분이나 연설을 했다. 해리스는 그러나 취임식 날 무리를 한 탓인지 폐렴에 걸려 그로부터 한 달 만에 사망해 가장 짧은 재임기간을 기록한 대통령이 됐다.
미국의 대통령 취임식에서 변치 않는 것은 대통령 취임선서 장면이다. 대통령은 대법원장 앞에서 왼손을 성경에 얹고 서약을 한다.
“나는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최선을 다해 미국 헌법을 보존하고, 보호하며 준수할 것을 맹세 합니다”라고 선서하고 조지 워싱턴 대통령 이후의 관례에 따라 “하나님 저를 부디 도와주소서(So help me God)”라는 기도를 덧붙이는 것이다.
44대 오바마 대통령은 이 기도를 못 할 뻔했다. 워싱턴이 이런 기도를 한 적이 없다는 게 일부 역사가들의 주장이다. 거기다가 무신론자와 비종교단체들이 대통령 취임식에서 종교적 색채를 제거해야 한다는 소송을 제기했었기 때문이다.
대통령 취임식에서 기독교색채가 사라지는 날이 과연 올 것인지 일부 호사가들의 관심사다.
대통령 취임식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취임 연설이다. 1865년 링컨 대통령의 2기 취임연설, 1933년 루즈벨트 대통령의 1기 취임연설,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1년 취임연설이 미 역사상 명 취임연설로 꼽힌다.
대중연설의 달인 오바마는 그러면 어떤 연설을 남길까. 기대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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