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대통령이 취임하면 새로운 출발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는 자연히 높아진다. 지지정당을 뛰어 넘어 이런 기대들을 나타낸다, 그래서 보통 취임 초기 새 대통령의 지지율은 선거 당시 득표율을 훨씬 넘는다.
1년 전 취임을 앞둔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인 국민들의 기대가 그랬다. 당시 국민들은 대선 때 지지했던 후보와 관계없이 이 대통령에게 80%가 넘는 초당적인 지지를 보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20일 이에 못지않은 높은 기대 속에 취임했다.
취임 초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하늘을 찌를 때 언론은 새 정권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견지한다. 갓 출범한 정권인 만큼 제대로 뿌리를 내리는데 필요한 시간적 여유를 줘야 하는데다 출범 초부터 바로 비판에 나서는 것은 무엇보다도 민의를 거슬리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허니문이라고 부르는 기간이다.
새 정권은 언론의 비판 유예기간인 허니문을 최대한 활용해 국정 과제를 세우고 개혁을 추진한다. 허니문 기간은 프랭클린 루스벨트 이후 통상 100일 정도로 지칭되지만 대통령에 따라 기간은 천차만별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국민들의 사랑을 듬뿍 받았던 아이젠아워 대통령은 8년 임기 내내 허니문이었다는 평가를 받을 만큼 언론과 우호적 관계를 유지했다. 반면 취임 초 언론과 불편했던 클린턴은 “허니문이 35초 만에 끝났다”고 푸념을 늘어놓기도 했다. 제럴드 포드는 전임 닉슨을 사면해 주면서 언론과의 허니문이 끝났다.
오바마의 허니문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예측이 분분하다.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높은 까닭에 빠른 시일 내에 기대가 제대로 충족되지 못할 경우 곧바로 허니문이 끝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반면 높은 지지도 때문에 오히려 어느 때보다도 긴 허니문을 누릴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언론과 권력 사이의 관계는 밀월관계, 건전한 긴장관계, 적대적 관계로 나눠볼 수 있다. 정권 초 밀월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지나칠 경우 권언유착으로 변질된다. 반대로 무조건 트집거리를 찾아내기에만 혈안이 된 하이에나 같은 언론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수십년간 한국 언론들은 대부분 이 두 관계 사이를 시계추처럼 왔다 갔다 했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건전한 긴장관계이다. 언론은 대통령에 대해 비판적 동반자로서 존재하는 것이 본분에 충실한 것이며 국민들을 이롭게 하는 일이다. 최근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언론 환경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지만 ‘불가근 불가원’, 즉 너무 가까워서도 안 되고 너무 멀어서도 안 된다는 언론의 본령은 변할 수 없다.
오바마와 언론의 허니문이 얼마가 지속될지는 결국 그가 하기 나름이다. 언론을 상대하는 그의 태도도 중요하겠지만 무엇보다도 국민들에게 어떤 자세로 다가가느냐가 언론과의 관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언론들은 권력과 건전한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극소수의 극단적인 언론과 논객들을 제외하곤 무조건적으로 권력을 지지하거나 눈에 불을 켜고 비판하는 일을 찾아보기 힘들다. 이런 점에서 미국 언론이 한국의 언론보다는 훨씬 객관적이고 균형이 잡혀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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