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수필가)
US 에어웨이 1549번 기는 이륙 5분만에 양쪽 엔진이 꺼지고 말았다. 철새 떼가 빨려 든 것이다. 155명의 승객을 싣고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한 직후 고도 불과 3천 피트. 눈 아래 성냥곽 같은 브롱크스의 집들이 빽빽이 보인다.
조종사 체슬리 설렌버거는 관제탑에 메이데이를 반복한다. 평정심을 되찾으며 재빨리 머리 속에 비상수칙들을 떠올린다. 조종간을 잡고 양 날개를 평평히 유지하며 활공한다. 자칫 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85톤 에어버스 A-320 여객기는 어디로 곤두박질 칠지 모른다.
관제탑은 다급하게 인근 비행장에 착륙하길 권한다. 그러나 조종사는 순간적으로 허드슨 강에 착륙하기로 결심한다. 비행 고도가 너무 낮아요, 속도도 자꾸 떨어집니다. 그리고 마천루들과 충돌 가능성도 너무 큽니다. 연이어 인터폰으로 승객들에게 수면 비상 착륙을 침착하게 알린다.
조종사는 허드슨 강 하류 쪽으로 기수를 돌린다. 거의 직각으로 조종간을 틀어야한다. 눈앞에 조지 워싱턴 다리가 나타난다. 첫 난관이다. 맨하탄과 뉴저지를 잇는 이 다리는 매일 30만대 차량이 통과하는 주도로로 수면 위 높이가 300미터나 된다. 날개를 평형으로 유지하며 간신히 넘는다. 그러자 크고 작은 페리 보트들이 오가는 허드슨 강 유역이 보인다.
수면착륙의 위험을 조종사는 잘 안다. 제일 중요한 건 비행기를 연착륙 시켜 동체파열이나 침수를 막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 비행 속력을 줄여야 한다. 헌데 너무 저속일 땐 추락한다. 만약 한쪽 날개 끝이 물에 먼저 부딪치면 비행기는 전복되고 만다. 기수 각도를 활주로 착륙 때보다 더 높인 채 사뿐히 안착해야한다.
헌데 안착을 해도 강 위의 배와 충돌하면 폭발한다. 모든 게 수포다. 가능한 한 강 안쪽에 착륙, 구조대의 도움을 신속히 받는 것도 필수적이다. 영하의 추위 속에 언 강에 빠진 승객들의 구조는 촌각을 다툰다. 그는 순간적으로 맨하턴 페리 선착장 앞을 착륙지로 잡는다.
심호흡을 한다. 지난 29년간 매일 반복했던 연착륙 비행술과 비상책을 머리 속에 되뇌어 본다. 불안감과 최악의 추락장면이 언뜻 언뜻 떠오르는 걸 마음에서 깨끗이 지워낸다. 나는 미 공사(空士) 동기 중 최고의 탑건으로 뽑히지 않았던가. 그리고 조종사들에게 안전수칙을 가르쳐온 항공 재난 전문가가 아닌가!
꽈과광! 물위로 착륙하는 동체 옆으로 물보라가 거세게 인다. 양 날개 엔진이 튕겨져 나가는 엄청난 충격이 온 몸을 강타한다. 허나 안간힘을 써서 조종간을 잡고 있다. 다행히 눈앞에 배들이 없다. 주여 감사합니다. 안도의 숨을 내 쉴 틈도 없이 인터폰으로 승무원들과 승객들에게 비상대피를 명한다.
다행히 동체는 물위에 떠있다. 양 날개 위에 승객들이 도열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다. 추위에 떨지만 생존의 기쁨과 조종사에 대한 감사로 박수가 터져 나온다. 조종사는 기체 안을 두 번씩이나 꼼꼼히 살핀 뒤 비로소 비상구를 나선다.
개인적으로 깜짝 놀랄 일은 155명의 생명을 살린 이 영웅이 댄빌이란 작은 동네 한 블럭 건너 사는 우리 이웃이란 사실이다. 지난 주말, 성조기를 나부끼며 2천여 명이나 모인 열띤 주민 환영식에서 그는 겸손한 어조로 짤막하게 답례했다.
저는 영웅이 아닙니다. 오직 훈련받은 대로 했을 뿐입니다. 저는 지난 29년간 매일 비행과 안전수칙을 반복했습니다. 어떤 땐 시간낭비란 생각도 들었지요. 남의 생명을 살리려는 사람들에게 책임감과 희생 정신이 중요합니다. 허나 실제 생존의 확률을 높여 주는 건 훈련이라고 확신합니다. 난관 앞에서 품위(grace under pressure)는 오직 훈련받은 사람에게서만 나옵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