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루틴 밀랑코비치는 세르비아의 토목 건축가 겸 수학자로 지구의 궤도와 빙하 시대와의 연관성을 밝혀낸 인물이다. 지난 수 백 만 년 동안 빙하 시대가 주기적으로 찾아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그는 1년에 한 번 태양 주위를 도는 지구 궤도가 주기적으로 태양에서 멀어졌다 가까워졌다 하는 사실에 착안, 이것이 지구 온도 변화와 연관이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그러나 그가 이에 관한 논문을 발표한 1940년대에는 지구 궤도의 미미한 변화가 빙하 시대 같은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1970년대 들어 땅 속 깊이 가라앉은 침전물 분석을 통해 지구 궤도 변화와 빙하 시대 도래 주기가 정확히 일치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에야 그의 가설은 정설로 굳어졌다.
그러나 지구 궤도 변화가 지구 온도 변화의 유일한 원인은 아니다. 46억 년 전 지구가 생긴 이래 크게 4차례의 빙하시대가 있었다. 첫 번째는 지금부터 27억 년 전인 시생대에, 두 번째는 8억5,000만 년 전인 원생대, 세 번째는 4억6,000만 년 전인 고생대, 그리고 마지막이 250만 년 전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신생대 빙하시대다. 이중 가장 심했던 것은 두 번째로 2억 년 가까이 지구 전체가 얼음으로 뒤덮였던 것으로 과학자들은 보고 있다.
1만 년 전 인류가 농업을 시작하며 문명시대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그 때 빙하가 물러가며 농사지을 수 있는 땅이 생겼기 때문이다. 지난 200여만년 간의 사이클이 사라지지 않았다면 빙하시대의 도래는 필연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다음 빙하기의 출현을 2,000년 후로 잡고 있다.
연방 해양 대기국의 기상학자인 수전 솔로몬은 27일 “이산화탄소 등의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는 지금 당장 배기 개스 방출을 중단하더라도 1,000년 동안 돌이킬 수 없는 현상”이라고 밝혔다. 아무리 인류가 온실 효과를 줄이려 노력해봐야 온난화 속도를 늦출 수 있을 뿐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출범과 함께 환경 보호론자들이 차량 등 배기 개스 규제에 박차를 가하려는 시점에 나온 주장이라 특히 주목을 끈다.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봐야 할 것은 다음 주 일기도 정확히 맞추는 것이 어려운 판에 1,000년 후에 관한 기상 예측을 얼마나 믿어도 되느냐 하는 점이다. 빙하시대만 하더라도 아직까지 그 메커니즘이 정확히 규명된 것은 아니다. 지구 궤도 이외에도 태양의 흑점, 지축의 흔들림, 지축 각도의 이동, 지각 판의 이동, 해류의 변화, 화산 활동 등 변수가 무수히 많기 때문이다.
또 하나 검토 대상은 기온 상승이 반드시 재난인가 하는 점이다. 긴 지구의 역사로 볼 때 지금의 온도가 과연 최적인 것인지, 북극이 녹아 북극권 항로가 열리고 시베리아와 캐나다, 그린랜드의 동토가 옥토로 변하는 것을 꼭 반대만 해야 하는 지도 짚어봐야 할 문제다. 지구 온난화가 앞으로 빙하시대가 다시 찾아와 지구 절반이 얼음으로 덮이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해 줄지 누가 아는가. 지구 온난화에 관한 다양한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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