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은 지구촌 최고의 단일 이벤트인 수퍼보울이 열리는 ‘수퍼선데이’다. 미 전국은 물론 전 세계 풋볼 팬들은 사흘 앞으로 다가 온 수퍼보울에 대한 기대로 설레는 표정들이다. 2월1일 오후 3시 플로리다 템파의 레이먼드 제임스 스테디엄에서 벌어지는 이번 수퍼보울은 43회째로 명가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만년 꼴찌였다가 올 시즌 돌풍을 일으킨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격돌한다.
수퍼보울은 더 이상 단순한 스포츠 이벤트가 아니다. 미국의 문화를 상징하는 코드로 자리 잡았다. 이날 미국인들은 집에서, 혹은 바에서 함께 모여 파티를 벌이며 경기를 즐긴다. 이날 TV앞에 모이는 미국인은 1억명에 달한다. 40%가 넘는 엄청난 시청률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2억 명 이상이 수퍼보울에 열광한다.
그러니 광고료가 날로 뛸 수밖에 없다. 올 수퍼보울 광고는 30초에 무려 300만달러로 초당 10만 달러 꼴이다. 유례없는 경기침체로 구제금융을 받은 GM을 비롯, 그동안 수퍼보울 광고에 빠지지 않았던 많은 대기업들이 올 수퍼보울 광고를 접었음에도 모든 스팟이 일찌감치 팔렸다. GM이 빠진 대신 한국의 현대차가 올 수퍼보울에 메인 스폰서로 참여해 30초 광고를 5회나 내 보낸다. 충분히 가치 있는 투자로 보여진다. 왜냐하면 수퍼보울은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가 가장 브랜드 가치가 높은 스포츠 경기로 선정할 만큼 세인들의 집중적인 관심을 빨아들이는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사실 경기침체의 여파는 스포츠에까지 미칠 수밖에 없다. 특히 프로 스포츠는 TV 중계료에 많이 의존하고 TV 중계는 기업들의 광고에 좌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퍼보울 같은 빅 이벤트는 별로 불황을 타지 않는다.
어려울 때 사람들은 오락이나 스포츠를 통해 위안을 받는다. 대공황 시기에 더 많은 미국인들이 극장을 찾았다. 경기침체로 모두가 힘들어 하는 요즘 할리웃은 평소보다 더 많은 작품으로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돈 들이지 않고 흥겹게 웃고 떠들며 잠시나마 일상의 고단함을 떨쳐 버릴 수 있는 수퍼보울은 더할 나위 없다.
피츠버그 스틸러스와 애리조나 카디널스가 맞붙는 올 수퍼보울에서는 누가 이겨도 좋을 듯싶다. 1970년대 명가부활을 선언한 스틸러스에는 한국계 와이드 리시버 하인스 워드가 있어 왠지 친근감이 간다. 그의 활약은 한인들에게 뿌듯함을 선사한다.
카디널스가 수퍼보울을 차지한다면 그것은 만년 꼴찌의 반란이요 승리다. 카디널스는 무려 61년 만에 챔피언십에 진출했다. 물론 수퍼보울 우승은 한 번도 없다. 올 37세인 카디널스의 쿼터백 커트 워너의 삶 자체도 한편의 드라마다. 대학 졸업 후 마켓에서 스탁맨으로 일하다 아레나 풋볼을 시작으로 프로 생활을 시작한 그의 풋볼 인생은 한때의 성공 이후 찾아온 기나긴 좌절로 점철돼 있다. 카디널스는 어려운 시기를 헤쳐가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안겨줄 만한 요소가 많은 팀이다.
수퍼보울은 축제다. 경기 시작 전과 하프타임에 벌어지는 갖가지 쇼와 공연은 하나하나가 완성된 이벤트라고 할 만하다. 너무 승부에만 몰입할 게 아니라 축제에 동참한다는 기분으로 먹고 마시며 느긋하게 경기와 쇼를 시청하는 자세가 수퍼보울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지혜가 아닐까 싶다. 특히 요즘처럼 사는 것이 팍팍할 때는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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