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황석 (약사)
“배재전도사로 알려진 배재동창 서 선생님이시죠? 여기는 이화여고 재미동창회입니다. 오는 3월 19일 맨하탄 ‘링컨센터 엘리스 톨리 홀’에서 이화합창단의 공연이 있어요. 서울 캐나다, LA, 워싱턴 뉴욕의 이화여고 동창들이 이화설립자 메리 스크랜턴 선교사를 기리는 음악회를 열어요. 봄을 불러오는 신춘 음악회가 될 거예요. 배재합창단도 찬조 출연합니다. 배재는 이화의 오라버니가 되니 오누이행사에 배재오빠들이 많이들 와주세요”
새벽 산책에서 돌아오니 고향에서 걸려오는 예쁜 여동생의 목소리처럼 반가운 전화벨이 울렸다. 배재와 이화는 남매지간이다. 같은 부모인 감리교선교부에서 태어난 남매다. 배재는 1885년 감리교 남자선교사 아펜셀러가 세웠고 이화는 다음해인 1886년에 역시 감리교 여자선교사 스크랜턴이 세웠다. 그래서 한살 터울의 남매지간이다. 우애도 좋은 남매다. 정동에 위치한 이화와 배재는 건물이 담을 사이에 두고 오누이처럼 나란히 있다. 두 학교는 남매처럼 자주 만났다. 어느 때는 이화의 노천극장에서, 어느 때는 배재강당에서 어느 때는 정동교회에서 합동예배나 합동음악회를 열곤 했다. 졸업 후에도 남매우애가 돈독했다. 미국 와서도 두 학교의 남매정신은 여전해서 배재모임이 있으면 이화동문합창단이 축가를 불러주고 이화모임에는 배재 OB남성합창단이 노래를 불러주었다.
스크랜턴이 조선선교에 오를 때 몰래 찾아온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이름을 밝히지 않고 88달러를 내놓았다. 그 돈이 있었기에 이화학당을 세울 수 있었다. 뒤 늦게 알려진 그를 알고 재작년 동북부 오하이오 콜럼버스와 클리브랜드에서 감사 찬양음악회를 하면서 미국인들이 눈물 흘리는 모습을 보고 지난해 배재도 아펜셀라 파송한 교회를 찾아서 이화와 같이 워싱톤 DC, 랭카스터, 볼티모어를 돌면서 보은음악회를 하였던 그 감격과 감동이 지금 다시 피어나고 있다.
이번에 또 배재와 이화가 남매처럼 정답게 무대에서 조우를 하게 되는 것이다. 3월 19일 이화합창단이 ‘봄의 교향악이 울려 퍼지는’ 사우(思友)를 노래하면 옛날 배재와 이화가 사이좋게 지내던 정동에 봄이 찾아오겠지? 이민의 땅 뉴욕에도 봄이 일찍이 올 테고...”스크랜턴 선교사 기념음악회를 연다고 이화동창회에서 걸려온 전화가 꼭 봄소식을 알리는 전령
처럼 반갑게 들려왔다. 정동(貞村)이란 나의 호가 말해주듯 그 옛날 정동시절은 나에게 그리운 추억이다. 자유, 사랑, 평화의 이화여, 여기서 길린 자 새 생명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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