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이브. 자신의 야망을 위해 사랑을 버린 일중독자 주인공은 우연히 강도를 위장한 천사를 만나게 되고 만약 사랑을 선택했더라면이란 가정하에 과거로 돌아가 가져보지 못한 삶을 경험하게 된다. 가상의 과거에선 주인공은 현실과 달리 일대신 사랑을 선택하여 첫사랑과 결혼을 하고 두 아이의 아빠가 되어있다. 처음엔 어떻게든 명예와 권력을 갖춘 현실로 돌아오고자 갖은 노력을 하지만 나중엔 자신의 야망대신 사랑하는 가족을 선택하게 된다. 하지만 결국 크리스마스 이브의 꿈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오게 되고 사랑과 가족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닫게 된 주인공은 크리스마스에 약속된 중요한 회의를 뒤로하고 잊고 지낸 자신의 첫사랑과 재회하게 된다. 자신의 성공을 가로막는 존재였던 가족이 자신의 행복이고 삶의 이유임을 깨달으며 하얀 눈이 내리는 커다란 창을 배경으로 첫사랑과 마주앉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주인공의 모습이 참으로 인상적이었던 영화였다.
결혼을 하면서 누구나 배우자에게 가정적인 패밀리맨을 꿈꾼다. 나 또한 그러했지만 한국에서 패밀리맨으로 살아가기란 현실적으로 힘들었다. 한국에서 남편은 주말도 반납한 채 일에 매달렸고 새벽공기 맡으며 퇴근하는 날이 비일비재했다. 아빠와 남편의 자리를 빼앗긴 아들과 나의 원성은 날로 더해갔고 남편은 피곤과 스트레스에 치이고 그걸 알아주지 못하는 내게 섭섭해 했었다. 이때의 남편은 잠만 자고 나가는 하숙생에 가까웠다. 아이는 재롱을 부리고 날이 갈수록 쑥쑥 자라는데 그런 소중한 시간을 놓치는 것도 안타까웠고 속된 말로 돈 벌어오는 기계가 되어버린 듯한 남편도 안쓰러웠다. 가족간의 대화는 거의 단절되었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것이 행복인가, 누구를 위한 희생인가 라는 의문이 들곤 했다.
미국행이 결정되고, 미국의 가족주의가 우리 가정에도 새로운 변화를 가져다주기를 내심 기대했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남편에겐 여유가 생기고 그 여유는 가족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돌아왔다. 집안일은 당연히 아내의 몫이었던 남편이 손수 집안일을 거들고 아이의 말에 귀기울이며 놀아주니 자연스레 부부사이도 부자지간도 더 돈독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런 남편의 변화를 가능케 한 우선적인 이유는 회식의 부재다. 회식은 업무의 연장. 연말과 연초는 가족대신 술자리로 대신 했던 터라 지금은 몸과 마음의 여유가 생긴 것이리라. 그리고 한국에선 남자들만의 모임이 주인 반면 여기선 대부분 가족단위 모임이라 이 또한 함께할 시간을 더 많이 만들어주었다. 이런 가족주의의 미국사회 분위기는 내 남편을 진정한 패밀리맨으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다.
주말아침 시계가 12시를 가리키는데도 침대를 껴안고 잠에 취해있는 남편. 예전이라면 이불을 낚아채 주말만이라도 가족에게 시간을 할애하라며 날카로운 고음으로 깨웠을텐데 오늘은 단잠을 깨울까 조용히 이불을 덮어주었다. 업무량이 많아 주말에도 나가봐야 한다는 남편에게 예전엔 잘다녀오란 말대신 잔소리가 한바가지였을텐데 나가기 전 든든한 식사를 챙겨주면서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그리도 밉던 남편의 뒤통수가 요즘엔 동글동글 어찌나 이뻐뵈는지. 지난날 어려움이 없었다면 이런 소소한 일상의 행복을 몰랐으리라.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정경제가 팍팍해진 것은 우리집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가 행복을 결정한다고 생각한다.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가족의 소중함을 더욱 체험하는 요즘 한국에 계신 부모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도 잠시 잊고 지낼 수 있지 않나 싶다. 새해에는 가정에서 진정한 행복을 찾을 줄 아는 지혜로운 패밀리맨들이 더욱 많아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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