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학 중인 한국인 학생 수가 2008년 말을 기준으로 11만명이 넘었다. 출신국 기준으로 1위다.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 인도도 제쳤다고 한다.
미국의 한국인 유학생 수가 10만명이 넘은 해는 2007년이다. 이 유학생들이 미국에 뿌리는 돈만 줄잡아 10억달러가 넘으면서 한 쪽에서 제기되고 있는 게 유학망국론이다.
해마다 여름만 되면 한국 학생들이 홍수 같이 미국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 영어교육 붐을 타고 언어 연수차 미국을 찾는 것이다.
이 학생들이 ‘살아 있는 영어’를 배우고 미국인과 영어 대화를 하는 것은 그러나 그저 강의시간 정도다. 강의가 끝나면 자기들끼리만 어울리면서 비싼 샤핑에, 관광이나 다닌다. 그러니 돈 낭비에 허영심이나 조장한다는 비난이 여기저기서 쏟아지고 있다.
하여튼 미국 내 한국 유학생 수가 많아지면서 별의별 냉소적인 농담도 많아졌다. ‘뉴욕의 줄리아드 음대는 서울 다음으로 한국인이 많이 사는 곳’이라는 농담이 그 하나다.
거기다가 아버지만 한국에 있고 어머니는 미국에서 어린 자녀 교육을 뒷바라지 해주는 유학 이산가족이 하나둘이 아니다. 그 비정상적 가정생활은 때로 적지 않은 사회문제도 일으킨다. 그런저런 이유로 제기되는 게 유학망국론인 모양이다.
상당부문 올바른 문제 제기 같다. 그렇다고 한국인 학생 유학 러시를 망국론에 빗대며 이렇게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가 있을까. 그건 아니라고 본다.
유학은 만만치 않은 대가를 요구한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를 유학 보낸 부모들은 뒷바라지에 허리가 휜다. 학생 본인도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린다.
이처럼 리스크가 따르지만 그 열매는 풍성하다.
12세의 어린아이가 홀로 유학을 갔다. 그 아이가 6년여만에 과거에 합격했다. 통일신라시대 최치원 스토리다. 그 최치원이 한국문화에 끼친 공로는 엄청나다. 최치원뿐이 아니다. 수많은 유학생 출신들이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온 게 한국의 현대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학에서 학위를 따지 못했다고 이를 실패작으로만 보아야 할까. 그렇지 않다. 인생의 실패는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유학생활을 통해 시야가 열렸다. 감각이 달라졌다. 젊은 날의 그 유학시절은 인생을 풍부하게 살게 하는 값진 투자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왜 요즘 일본의 젊은이들은 해외 유학을 꺼리고 있는 것인가…” 한국의 유학 러시를 부러움의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일본의 한 문화평론가가 내뱉은 한탄이라고 한다. 한국인 유학생 러시는 한국적 다이너미즘 표출의 한 형태로 보아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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