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줄어 식당 마다 썰렁한 요즈음 오히려 활기가 도는 곳이 있다. 한인타운 수퍼마켓의 푸드 코트들이다. 얼마 전 점심시간에 한 푸드 코트에서 친구와 식사를 했다는 한 여성은 “예상 외로 손님이 많은 데 놀랐다”고 했다. 테이블 마다 손님들이 빼곡하게 들어차서 앉을 자리를 찾느라 이리저리 두리번거려야 했다는 것이다.
식사 때면 식당 앞에 손님들이 줄을 늘어서곤 하던 경기 좋은 때와 비교하면 별게 아니지만 요즘 수준으로 보면 ‘호황’인 셈이다. 실제로 한인타운 한 푸드 코트의 여주인은 “경제가 나빠진 후로 매상이 전보다 올라갔다”고 귀띔한다.
종전의 푸드 코트 손님들은 주로 장 보러 함께 나온 가족들이나 샤핑 센터에서 다른 물건을 구입하러왔던 샤핑객들. 샤핑 나온 김에 간단하게 요기를 하던 곳이 푸드 코트였다. 하지만 요즘은 식사를 목적으로 푸드 코트를 찾는 손님들이 늘어났다고 한다. 일반 식당으로 향하던 발길들이 푸드 코트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이유는 주차 편하고 값이 싸게 먹히기 때문. 주차비 안 들고 팁도 절약할 수 있는 데다 음식 값도 저렴해서 직장인들 점심 해결에는 그만이라는 것이다. 불경기 이후 맥도널드의 매상이 올라가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직장인들은 감원·감봉으로, 자영업자들은 매상감소로 저마다 죽을 맛인 요즈음, 불황 중에 ‘호황’을 맞은 업종들이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고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에게 절약의 방편을 제공한다는 것이 이들 업종의 공통점이다.
예를 들면 LA 한인타운 올림픽 가의 한 구두 수선점. 꼼꼼한 수선 솜씨로 원래 단골이 많은 이 업소 주인은 요즘 일감이 밀려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경기 좋을 때 여러 켤레씩 사서 몇 번 안 신고 신발장 안에 처박아뒀던 신발들을 지금 모두 들고 나오기 때문이다.
“경기도 안 좋은데 (신발을) 고쳐서 신어야겠다는 손님들이 많이 늘었어요. 전 같으면 그냥 버렸을 신발들을 바닥 갈아 더 신고, 굽 갈아 좀 더 신고 그러지요”
비슷한 이유로 손님이 늘고 있는 곳은 자동차 정비업소. 전 같으면 새 차를 구입했을 소비자들이 주머니 사정이 나빠지자 가능한 한 지금 가진 차를 고쳐 타는 추세이다. 한인타운 베벌리 블러버드의 한 정비업소 사장은 5년 전만해도 ‘업소 문을 닫아야 하는 게 아닌 가’ 고심했다고 한다. 한창 경기 좋았던 당시 소비자들이 툭하면 새 차를 사거나 리스를 하는 데다 요즘 차들은 성능이 좋아서 고장도 잘 안 나니 일감이 줄어든 때문이었다. 수리비용이 1,000달러만 되면 “그러느니 차를 새로 사고 말지”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정반대로 바뀌었다. 웬만하면 손 보고 고쳐서 타려는 손님들로 정비소에 맡겨지는 자동차 대수가 현저히 늘었다. 그런데 문제는 또 수리비 - 돈이다.
“모두들 예산이 빠듯하다보니 브레이크 같이 아주 급한 것들만 고쳐요. 웬만한 건 뒤로 미룬 채 그냥 타지요”
그래서 수입은 불경기 이전이나 비슷하지만 요즘으로 보면 그게 ‘호황’인 셈이다. 불황에 비즈니스가 살아남는 비결은 다른 게 없는 것 같다. 소비자들의 절약 심리를 충족시켜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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