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0년 대선 후 몇 개월이 지난 어느 날 한 은행가가 에이브러햄 링컨의 방에서 나오는 새먼 체이스를 붙잡고 이렇게 물었다.“입각하게 됐나요?”“방금 재무장관으로 임명 받았습니다.”“경력이나 능력으로 볼 때 당신이 더 나은데 왜 그의 밑에서 일하려는 겁니까?”“그러면 내가 돋보일 테니까요.”
며칠 후 이 은행가는 링컨을 만나 체이스에 대해 고자질을 했다.“체이스 같은 사람을 쓰면 안 됩니다. 그는 대통령보다 자기가 더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그래요? 그런 사람이 또 있나요?”“왜 그러죠?”“전부 데려다 입각시키려고 그럽니다.”
미국의 16대 대통령 링컨의 포옹력을 설명할 때 자주 언급되는 일화이다. 12일은 링컨이 태어난 지 200주년이 되는 날이다. 그가 불의의 총격을 받고 세상을 뜬지 144년이나 지났지만 그는 지금도 여전히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신비로운 힘을 갖고 있다.
특히 올 200주년은 최초의 흑인 대통령 오바마 취임과 맞물리면서 신드롬에 가까운 추모열기를 만들어 내고 있다. 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은 흑인 노예 해방이라는 결단을 내렸던 링컨에게 가장 큰 생일선물이 됐을지도 모른다.
오바마 대통령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링컨 추종자이다. 실제로 두 사람 사이에는 비슷한 점들이 많다. 링컨의 고향과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은 일리노이로 같다.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 비슷하고 어려운 환경을 극복하고 국가지도자의 자리에 오른 점도 닮았다. 워싱턴 정가의 기득권층이 아니라는 배경도 같고 연설 솜씨, 글 솜씨가 빼어난 것도 그렇다. 오바마는 링컨처럼 연설문을 직접 쓴다. 연설문 작성자가가 있지만 중요한 연설의 초안은 자기가 직접 작성한다.
하지만 오바마가 링컨을 추종하는 진정한 이유는 이런 비슷함 때문이 아니라 링컨이 보여줬던‘통합의 리더십’때문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앞 다투어 링컨을 닮고 싶다며 벤치마킹에 나서지만 정작 그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닮으려 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다.
링컨이 서거한 뒤 그에 관해 나온 책만 해도 무려 1만6,000권에 달한다. 그 가운데 링컨의 통합의 리더십을 가장 잘 분석한 책으로 꼽히는 것이 2005년 역사학자 도리스 굿윈이 출간한 링컨 전기‘팀 오브 라이벌스’(Team of Rivals)이다.
링컨은 라이벌들로 팀을 구성해 국난을 극복했다. 자기를‘긴팔 원숭이’라고 놀리며 경멸감을 나타냈던 에드원 스탠튼을 전쟁부 장관으로, 또 가장 강력한 맞수였던 윌리엄 시워드를 국무장관으로, 자기를 험담하던 체이스를 재무장관으로 앉혔다. 라이벌로 이뤄진 링컨의 팀은‘드림 팀’이 됐다.“말을 달리게 하는 것은 잔등에 붙어 있는 등에”라는 링컨의 말속에는 포용과 통합을 추구했던 그의 리더십이 잘 녹아 있다.
오바마는 오늘 링컨의 고향이자 자신의 텃밭인 일리노이 스프링필드를 방문한다. 일리노이로 떠나기 전에는 워싱턴 링컨 기념관을 방문해 헌화한다. 국가적 위기 속에서 링컨의 리더십은 오바마에게 더욱 절실히 다가올 수밖에 없다.
일단 조각에서는 통합의 정신을 보여줬지만 고질적인 워싱턴의 당파성을 극복하고 초당적인 협력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이것을 추구해 가는 과정에서 자칫 좌절감을 표출할 경우“무늬만 링컨”이라는 조롱과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리더십의 본질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해피 버스데이, 에이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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