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따르는 후배가 이른 아침부터 차 마시자고 왔다.
평상시 남편에게 불만이 많았던 후배는 늘 우리집에 와서 하소연 하고 가곤 했는데 어쩐지 오늘은 분위기가 좀 달라 보인다.
늘 같은 일을 가지고 다투는 그녀의 레파토리는 가족들뿐 아니라 자신의 생일까지 기억하지 못할 뿐더러 결혼 기념일 조차 무심한 남편에 대해 이해할 수가 없다고 늘 섭섭해 했다. 더욱 화가 나는건 아무도 없는 집안 곳곳에 불을 환하게 켜고 다녀서 매번 끄라고 잔소리를 하며 불을 끄면 잠시후 또 다시 불을 켜놓는 남편의 행동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듣는 나도 기가 막히고 우습기도 하지만 네가 그냥 포기하고 살아라. 그깟것이 뭐가 그리 다툴 일이니? 하곤 했다.
그녀는 어제 거의 체념 상태로 이방 저방, 거실 ,부엌을 분주히 불을 끄고 다니는데 남편이 심각한 얼굴로 할 얘기가 있다고 후배를 불러 어린 시절 얘기라 묻어 두고 싶었는데 하면서 꽁꽁 닫아온 어릴적 아픔을 풀기 시작했다 한다.
어린 동생과 둘만 집에서 밤늦게나 들어 오시는 어머니를 기다리면서 어린 마음에 너무 무서워 불을 환하게 켜고 지냈던게 지금도 습관이 되었지만 앞으로 고치도록 노력하겠다고 이해해 달라고 털어 놨다 한다.
또 생일 기억하지 못하는 버릇은 홀어머니 밑에서 살며 늘 생활에 쫒기며 사는 어머니가 매번 생일이 지난 후에야 깨달아 미안한 마음에 자녀들을 더욱 따듯하게 안아주고 따듯한 밥을 지어 주셔서 그 부분이 더 좋았다 한다.
그는 그 습관이 지금까지 몸에 배여 생일에 대해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크게 비중을 두지 않았다고 한다.
며칠전 까지만 해도 자신의 생일을 기억 안해준다고 씩씩거리던 후배가 오늘은 찻잔을 앞에 놓고 이야기를 계속 잇지를 못하고 뜨거운 눈물을 흘린다. 후배는 남편의 어린 시절이 너무나 가슴 아프고 아픔의 속을 보지 못하고 장성한 지금의 겉 모습만 보고 살았음이 너무 미안하다고 했다.
듣고 있던 나도 지나온 크고 작은 불협화음의 관계들을 떠올리며 흐느끼는 후배의 어깨를 도닥이며 함께 마음을 적셨다.
우리는 사랑하는 남편뿐 아니라 살아가면서 만나는 여러 형태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내 이성과 의지와는 상관없이 안고쳐지는 고집과 습관이 있다. 문화와 언어가 틀린 이곳에서 열심히 적응해 가듯이 하물며 한평생을 함께 살아가는 배우자의 아픔조차 이해 못한채 살아가는 일이 얼마나 많을까.
매일 부딪치는 자녀들과의 세대차이,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견해차, 그리고 인간 관계에서 우리는 상대를 이해 하는 작업을 죽는 날까지 끝없이 연습해야 할것 같다. 엉뚱한 고집을 부리는 사람, 화를 잘내는 사람들을 보면 조금 더 기다려 주고 비하인드의 스토리를 이해로 읽을수 있을때 비로소 “사랑”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와 오랜동안 관계를 맺어온 정과 사랑이 많으면서도 짜증을 잘 내는 이웃이 있다.사소한 견해차로 서로의 주장을 내세워 매번 나와 잘 부딪치는데 서로 용납할수 없는 자신만의 방식을 고집한다.
도저히 대화를 이어 나가지 못하겠어요. 함께 자리한 옆의 분한테 하소연 하면 평상시 이해 많으신 그녀는 마음속에 울분과 아픔이 많아서 그래요. 당신이 이해하세요. 하곤 했다.
상대를 깊이 이해해 준다는것-주변을 돌아볼 여유도 갖기 힘든 각박한 세상에서 얼마나 힘든 일인가.
좋은점이 더 많이 있기에 나는 그 사람이 좋아요”라며 넉넉한 웃음과 함께 덧붙이는 그녀를 보고 나는 지그시 눈을 감아본다.
그동안 많은 만남들 속에 나만의 시각과 표면적인 이해로 상대의 내적인 상흔은 보지 못하고 내 의견만 주장해 오지는 않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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