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을 의미하는 영어단어 February는 정화(淨化)라는 의미를 지닌 라틴어 ‘februum’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해마다 2월15일이면 일종의 정화의식을 해왔고, 그 의식을 ‘Februa’라고 불렸다. 그게 결국 2월의 명칭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 2월은 대통령의 날이 있는 달이다. 동시에 미국으로서도 일종의 정화의 달이다. 미국 역사의 가장 씻기 어려운 치부의 하나가 흑인노예제고 그 부끄러운 과거를 되돌아보는 ‘흑인 역사의 달’도 2월이다.
2월에는 노예해방의 대통령 링컨과 위대한 흑인계 노예폐지론자인 프레데릭 더글러스의 생일이 들어 있다. 노예제 폐지에 앞장 서 온 이 두 사람을 기념해 역사학자 카터 우드슨이 1926년에 제의해 이후 2월은 ‘흑인역사의 달’로 지켜져 온 것이다.
올해의 경우 ‘흑인 역사의 달’은 더 각별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링컨 대통령 탄신 200주년이 되는 해다. 그리고 사상 최초로 흑인 대통령이 백악관에 입성한 해이기 때문이다.
‘흑인 역사의 달’이 제정된 지 올해로 83년, 흑인계들은 그러면 인종문제에 어떤 태도를 보이고 있을까. 더구나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상황에서. 여러 조사들은 상당한 진보가 이루어진 것으로 밝히고 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도 일깨워주고 있다.
갤럽조사에 따르면 흑인계의 80%는 대체로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인의 88%가 같은 답을 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흑인계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조금 낮은 편, 그러나 과거에 비하면 상당히 높아진 것이다.
“인종차별은 여전히 존재한다.” 상당수 흑인들의 대답이다. ABC뉴스와 워싱턴포스트지 조사에 따르면 20%의 흑인들이 아파트 렌트나 주택구입시 차별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35%는 직장에서 차별을 경험했고, 37%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로 경찰의 불심검문을 당했다. 인종적 이유로 물건 구입 시 가게에서 서비스를 거절당한 경우도 60%에 이른다는 것이다. 또 흑인들의 44%는 인종차별이 여전히 미국사회의 큰 문제로 보고 있었다.
오바마 대통령 탄생에 대해서는 그러면 흑인들은 어떤 시각을 보이고 있을까. 44%가 인종문제에 있어 한 이정표로 생각하고 있다. 어찌됐든 인종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본 경우는 36%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18%가 별 의미가 없다고 보았고 또 오바마 대통령 탄생이 인종차별을 끝내는 상징으로 본 경우도 흑인계의 38%에 불과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말하자면 인종문제에 관한한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게 여러 조사들의 하나같은 결론이다.
미국은 언제에나 인종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새삼 던져보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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