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카운티 북쪽 지역에서 철판구이를 겸한 일식당을 경영하는 한 한인은 최근 요리사 한 명을 구한다는 광고를 신문에 냈다. 업주는 몇 명 정도 찾아오려니 했는데 무려 70명이 넘는 지원자가 몰려왔다. 실력을 테스트하면서 원하는 월급을 물었더니 평소 요구했을 대우보다 보통 1,000달러 정도 낮게 부르더라는 것이다. 업주는 “직업시장이 최악이라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경기가 바닥 모를 나락으로 빠져들면서 직업시장에 혹한이 불어 닥치고 있다. 엄청난 규모의 감원은 일상사가 되고 시장에 나오는 일자리는 별로 없다 보니 자리를 놓고 벌어지는 경쟁이 눈물겨울 정도이다. 며칠 전 본보에 실린 사진 한 장은 직업시장의 형편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00명을 모집하는 기아자동차 조지아 부품공장에 무려 2,000명이 몰린 광경이었다. 지원자들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늘어선 모습은 ‘장사진’이라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가든 그로브에 소재한 한 한인 직업소개소는 몰리는 구직자들의 신청을 대부분 거절하고 있다. 구인신청 자체가 없는데 구직신청 받아봐야 결국 잘못된 희망만 안겨 주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 업주의 설명이다.
최근에는 일부 부유층 지역에서 가사 도우미를 원한다는 요청이 간혹 들어올 뿐 일상적인 구인 신청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래서 구직 신청이 들어오면 노동자격이 확실하고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일부 신청자만 접수하고 나머지는 그냥 돌려보낸다. 업주는 “남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전무하다고 보면 된다”고 최근의 직업시장 현황을 설명했다.
뉴욕타임스는 꽁꽁 얼어붙고 있는 직업시장을 10개월 전 문을 닫은 오하이오의 한 공구공장 종업원들의 생활을 추적해 보도하고 있다. 당시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종업원 100여명 가운데 1년 가까이 지난 현재 안정적인 직업을 찾은 사람은 15%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열심히 일자리도 찾고 재활을 위한 직업훈련 등을 받아도 마땅한 직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감원 직후에는 자기가 받던 임금을 지불해 줄 일자리를 찾지만 실업이 길어질수록 기대수준은 점차 낮아진다. 시간당 임금 8~12달러를 받는 일자리가 지금 이들에게는 현실적인 기대치이다. 그러다 보니 전통적으로 히스패닉들의 차지였던 일용직 시장에 백인들과 흑인들이 몰리면서 히스패닉들은 이중고에 시달리기도 한다.
하향 지원과 기대치 하향은 직업시장에 혹한이 닥치면서 나타나고 있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1930년대 대공황 시절 대도시를 운행하던 버스에 “이 버스는 대학 졸업자가 몰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나붙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얼마 전 한국에서 환경미화원 모집에 물리학 박사가 응모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다간 “이 트럭은 박사가 모는 것입니다”라는 문구가 나붙은 쓰레기 수거 차량을 보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직업소개소의 한인 업주는 “구직 신청자들 가운데는 얼마 전까지 패스트푸드 같은 자기 비즈니스를 하다가 경기 침체로 부득이 업소 문을 닫고 일자리를 구하러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런 구직자들은 “가게를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다”며 “SBA 융자 몇만달러 정도만 받았더라도 가게 문 닫지 않았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토로한다는 것이다. 업주는 “경기 부양안은 이런 업주들에게 긴급한 소액 자금을 수혈해 주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며 “그러다 보면 꽁꽁 얼어붙은 시장도 조금씩 풀릴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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