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 윗줄부터 시계바늘 방향으로 니코스 얘거씨, 쌍둥이 윤호 얘거(3살), 임선미씨, 쌍둥이 수호 얘거(3살), 큰 아들 민우 얘거(7살).
과거와 다르게 이(異)인종 결혼을 바라보는 한인들의 생각이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다인종 사회인 미국내 한인 커뮤니티에서도 이(異)인종 결혼은 이제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된 지 오래다. 문화차이, 언어장벽 등을 딛고 사랑을 이뤄가는 이(異)인종 결혼 커플들의 결혼 스토리를 들어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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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가 이어준 사랑”
“레스토랑으로 가는 차안에서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됐어요.”
임선미(42세)씨는 지금의 남편인 니코스 얘거(41세, Nikos Jaeger)씨가 자신과 여가생활이 많은 부분 같다는 것에 끌렸다.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고 클래식 음악 듣기를 좋아하는 임씨는 이전 남자친구와 취미생활이 너무나도 달랐다. 전 남자친구는 먹는 것에는 그다지 관심이 없었고 음악도 시끄러운 종류를 즐겨들었다.
임씨가 지금의 남편 얘거씨를 만난 것은 임씨가 UC버클리에서 공부하던 때. 당시 룸메이트를 통해 UC버클리에서 박사과정으로 있는 얘거씨를 만나 함께 식사를 하러 가던 중, 얘거씨가 차 안에서 바그너의 오페라를 따라 부르는 것을 보고 놀란 임씨는 만남을 이어가면서 얘거씨가 좋은 레스토랑에 가길 좋아하고 하이킹도 즐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임씨도 산책, 하이킹, 캠핑이 취미였던 터라 “딱 내 취향”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두 사람간의 결혼에 대해 처음엔 어머니의 반대가 컸다. 임씨는 “포기해야겠구나” 자포자기 심정까지 갔었다고 회고한다. 그러다 어머니가 친구들과의 크루즈 여행에서 이(異)인종 결혼을 한 지 28년이 되는 사람의 남편이 깜짝선물로 드레스를 사서 여행가방에 넣어준 것을 보고 “웬만한 한국 ‘놈’보다 낫구나”라고 생각을 바꾸게 된 것. 다행히도 남편의 부모님은 오랜 외국생활을 해서인지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얘거씨 가족은 독일 출신으로 아버지는 NATO에서 일했다.
커다란 문화차이는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임씨는 “무조건 독일 사람들은 이런가보다. 남편은 한국 사람들은 이런가보다”하고 받아들였다고 말한다. 어릴 때 이민 온 임씨와 오랜 외국생활로 영어에 능통했던 남편 얘거씨는 다른 이(異)인종 결혼 커플들과는 달리 언어장벽이 거의 없었다.
두 사람은 아이들의 양육에 있어서도 다른 이(異)인종 결혼 커플들의 모범이 될 만하다. 한국인과 독일인이라는 정체성을 심어주고자 한국어, 독일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한편 큰 아이인 민우 얘거(7살)는 한국인 사범들이 있는 태권도장에 다니게 하고 있다. 아이들의 이름도 성이 ‘얘거(Jaeger)’로 독일쪽인 만큼 이름은 한국 이름을 짓기로 해 큰 아이는 민우 얘거, 쌍둥이 아이들은 수호 얘거(3살), 윤호 얘거(3살)다.
한국계와 독일계 이름이 끈끈하게 합쳐진 세 아이들의 이름만큼 두 사람간의 사랑도 변함없이 끈끈하게 이어지길 기대한다.
<박승범 기자> sbpar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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