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으막한 오후, 운동연습때문에 조금 늦게 파하는 아들아이를 픽업하기 위해 가는길에 그아이와 마주치곤 했다. 십자가 모양을 닮은 휠체어에 매달리듯이 양팔을 걸치고 목은 가누기가 쉽지 않은듯 보였고 양쪽 다리를 바퀴달린 지팡이에 걸치고 엄마가 이끄는 데로 걸어가는 모습이었다. 하루종일 누워 지내다 어쩌면 하루에 한번 세상구경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모자처럼 정겨운 그모습에 차창밖으로 가끔 손을 흔들어 주기도 하고 가끔은 그들만의 대화에 끼어들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도 했었다. 또래의 아들을 키우는 엄마로서 그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보기도 했었다. 과연 저 행복한 미소가 단순히 백인 특유의 깊이 패인 스킨에서 나온 것일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극복하고 인간승리의 귀감이 되어온 많은 사람들이 있다. <오체불만족>의 저자로 잘 알려진 오토다케 히로타다는 그의 저서에서 ”팔다리가 없는 자신의 장애를 단순한 신체적 특징이다. 내가 태어난 것은 팔다리가 없는 나만이 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있기 때문이다” 라고 주장하며 “마음의 장벽 없애기”운동을 벌이고 있다. 수영과 축구, 골프가 취미인 25살의 청년 닉 부이치크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없어서 혼자서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어려웠지만 자신의 모습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희망과 용기를 갖기 바라는 마음으로 지금 전 세계를 누비며 “나는 행복합니다”라고 희망의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네손가락의 피아니스트로 우리에게 익숙한 이희아는 음악을 통해 선천적 사지기형을 극복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으며 휠체어를 탄 제2의 아인슈타인이라고 불리는 우주 과학자 스티븐 호킹은 22살때 얻은 루게릭 병으로 인해 왼손의 두개의 손가락과 얼굴 근육 일부분밖에 사용할 수 없는 후천적 중증장애를 갖게 되었으나 “ 스스로 장애인이라고 생각하는 그마음이 장애인이다. 마음의 장애인이야말로 진짜 장애인이다”라고 주장한다.
얼마전에 <그것이 알고 싶다>라는 프로그램에 “절망을 이겨낸 7가지 비밀”이라는 제목으로 후천적으로 얻은 신체와마음의 장애를 딛고 일어선 한국인들에 대한 내용이 소개된 적이 있다. 그 비밀의 열쇠로 “회복탄력성 지수 (RQ: Resilience Quotient)” 라는 낯설은 단어가 등장했다. 그 프로그램에 의하면 에미 워너와 루쓰 스미쓰 교수팀이1955년부터 사회경제적으로 환경이 열악한 833명의 아동을 30년이 넘게 조사하였다고 한다. 아동들이 18세가 되었을 때 조사대상의 1/3은 열악한 가정 환경과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정신질환의 요인 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장하여 성실하고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음을 발견하였는데 그 힘을 ‘회복탄력성’이라 불렀다.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심리학자 카렌 레이비치와 앤드류 샤테 등 많은 학자들이 7가지 회복탄력성 요인을 밝혀내게 되었는데 감정통제력, 충동통제력, 낙관성, 원인분석력, 공감 능력, 자기 효능감 적극적 도전성등이라고 했다.이중에 “자기 효능감”이라는 단어가 관심을 끌었다. 뭔가를 해낼 수 있다는자신감보다 좀더 강한 의미로 자신이 할 수있는 능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발휘하는 감정을 뜻한다고 한다. 오토다케 히로타다, 닉 부이치치,이희아, 스티븐 호킹 이들에게 스스로가 자기효능감을 소유할 수 있도록 찾아주고 심어주었던 부모들이 없어다면 이들이 과연 행복한 삶을 누릴수 있었을까.
운동연습에 지쳐보이는 아들이 파킹랏으로 걸어나온다. 얼마만큼 가지고 태어났는가 보다 가지고 태어난 것으로 무엇을 할 수있을지 끊임없이 자기 효능감을 심어주는 엄마가 성숙한 엄마의 힘은 아닐런지. 행복한 그아이가 오늘도 엄마의 마음을 감동시키며 걸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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