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 악물고 살아야지 어떻게 하겠어요?” - 불경기가 계속되면서 주변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다. 매상이 떨어져 렌트비도 건지기 힘들다는 상인들, 감원 바람으로 언제 어떻게 될지 몰라 불안하다는 직장인들 … 저마다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어쩌겠는가, 이를 악물고 견딜 수밖에” 라고 푸념들을 한다.
그런데 ‘이를 악물고 버틴다’는 결의는 좋지만 절대로 진짜로 이를 악물지는 말라고 치과 의사들은 충고한다. 불황이 깊어짐에 따라 경제적,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지면서 그 파장이 ‘이’ 세계로 번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환자가 늘어 치과의사들은 불경기에 오히려 웃고 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보도했다.
타임이 인용한 세이지웍스의 조사에 의하면 치과는 지난 해 다른 어떤 업종보다도 이윤폭이 컸다. 사기업들의 재정 실적을 추적하는 이 기구의 조사를 보면 지난 2008년 가장 수익성이 좋았던 분야는 회계, 세무, 봉급 지급 서비스, 법률 자문, 광산지원 서비스 등. 치과는 이들 업계보다 더 짭짤해 이윤폭이 2007년보다 1.5% 증가, 평균 17%에 달했다는 것이다.
불경기에 치과가 이렇게 잘 되는 이유로는 몇 가지가 지적되었다. 우선은 스트레스로 이를 갈거나 이를 악물어서 탈이 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못 이겨 초컬릿이나 아이스크림, 캔디 등을 마구 먹어대는 것 역시 치과 행을 자초한다.
대개는 주머니 사정 때문에 웬만큼 불편해도 참지만 그것이 오히려 화를 키운다. 도저히 못 참을 지경이 되어 병원을 찾으면 그때는 훨씬 비싼 치료를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실직 위험 있는 직장인들의 소나기 식 치료받기. 일자리를 잃으면 치과 보험이 사라질 테니 그 전에 필요한 치료를 모두 받아두는 것이다. “치료할 게 있으면 뭐든 다 해주세요. 대신 한달 안에 끝내야 합니다”라는 환자들이 지난해 상반기에 많이 밀려들었다고 한다.
셋째는 미용치과 환자들. 이 어려운 시기에 누가 미용을 위해 돈을 쓸까 싶지만 의외로 그런 환자들이 있다고 한다. 취업 인터뷰를 앞둔 사람들이다. 일자리 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인만큼 깔끔한 인상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인타운은 어떨까? 한인 치과의사들은 타임의 분석에 대해 “글쎄?”라는 반응이다. ‘미국 동네’는 어떨지 모르지만 한인타운에서는 불황 한파가 치과라고 비켜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한 치과의사의 말이다.
“치과의 수입을 늘려주는 것은 임플렌트 같이 돈이 많이 들어가는 치료인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는 그런 걸 못 하지요. 아주 급한 케이스 외에는 전체적으로 환자가 줄었습니다”
경기가 안 좋아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제일 먼저 오는 것은 소화불량과 불면증. 밥을 먹어도 소화가 안 되고, 밤에 잠자리에 들어도 잠이 안 오는 것이다. 특히 한인은행 주식에 크게 투자한 사람들 중에는 소화기에 탈이 나서 입원한 케이스들이 꽤 된다.
불경기에 돈을 잃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건강만은 잃지 말아야 하겠다.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자신을 살펴보자. 무의식중에 이를 꽉 깨무는 습관이 있다면 이것부터 고치자. 치아와 잇몸이 상하고 턱관절 질환에 걸릴 수도 있다. 이를 악무는 것은 정신적 행위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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