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운타운에서 금을 취급하는 한 한인은 돌잔치에 갈 때 금반지 대신 현금을 선물한다고 했다. 금값이 폭등하면서 금반지 값이 올랐기 때문인데 “봉투에 돈 100달러를 넣는 것이 1돈짜리 금반지를 선물하는 것보다 경제적”이라는 것이 이 업주의 설명이다.
요즘 금은방에서 거래되는 순금반지는 1돈에 135달러가 넘는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인타운에서 거래되는 순금반지는 1돈에 60달러 정도였다. 그러던 것이 국제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100달러를 훌쩍 넘어서더니 이제는 150달러까지 바라보는 실정이다.
너무 오르다 보니 금은방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거래 자체가 줄어든 데다 적정 이윤을 붙이면 가격이 너무 오르게 되기 때문이다. 한 금은방 업주는 “그래서 순금 반지를 찾는 손님들에게는 고객 유치와 서비스 차원에서 거의 이윤 없이 판매하고 있다”고 들려줬다.
25일 현재 국제 금값은 온스 당 960달러. 며칠 전 1,000달러를 넘었다가 약간 내려온 것이긴 하지만 이번 세기를 온스 당 280달러로 시작했음을 감안할 때 엄청난 폭등이 아닐 수 없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아 온 금값은 현재 백금 값과 비슷한 수준에 도달해 있다. 공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백금은 경기가 죽으면서 수요가 급감해 가격이 많이 떨어진 반면 순금은 불안한 경제상황 속에서 재산 가치가 높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지난 1~2년 사이에 금의 수요가 이처럼 높아지고 값이 치솟는 것은 재산으로서 달러를 대신할 수 있는 가치 때문이다. 지난해 3월 온스 당 가격이 사상 최고치인 1,033달러까지 올랐던 것은 달러 약세에 따른 현상이었다. 한인들의 장롱 속에 들어 있던 금반지 등 금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나온 것은 바로 이 때였다.
그리고 요즘의 금값 폭등은 전반적인 경제적 불안에 따른 것이다. 금은 희귀하고 보관과 운반이 쉬워 가치가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다.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는 오히려 가치가 올라간다. 화폐 재산을 대신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여겨왔다. 금값이 금융시장의 불안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로 여겨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요즘 다시 금값이 1,000달러 선을 넘나들고 있지만 장롱에서 나오는 금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금을 매집하는 한 한인은 “다시 금값이 폭등하는데도 이미 나올 것은 다 나와서인지 요즘은 나오는 금이 별로 없다”고 귀띔했다. 이런 시장에 나오는 금은 순금의 경우 국제 시세의 90% 정도, 그리고 14K나 18K는 80% 정도의 가격을 받는다.
앞으로 금시세가 어떤 변화를 보일지 예측하기 쉽지 않지만 현재의 경제적 위기가 지속되는 한 고공비행을 계속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예측에 의거해 한인타운에서 금 투자관련 세미나도 열리고 금 관련 펀드도 많이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것은 폭등하는 금값의 상당 부분 역시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거품일 수 있다는 사실이다. 10년 이상 금을 다뤄왔다는 한인 업주는 향후 전망을 묻자 “금값의 향방은 하나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탐욕을 경계해야 하는 일은 시세 좋은 금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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