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걸음걸이를 유심히 관찰한 사람이라면 그가 미국 흑인 청년층 특유의 경쾌하게 활보하는 듯한 걸음걸이를 가졌다는 것을 쉽게 눈치 챌 수 있다.
미국인들은 약간 뽐내며 걷는다는 의미로 이런 걸음을 ‘스웨거’(swagger)라고 부른다.
달변가인 오바마는 흑인 청소년들이 주로 쓰는 은어와 속어도 일상생활에서 적절히 구사한다.
미국의 주류 대중음악계에서 흑인 사회에서 발원한 힙합 장르가 상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오바마의 어법이 젊은층에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일 온라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흑인과 백인이 오바마의 발언을 듣는 방식이 서로 다르다며 오바마가 가진 흑인 특유의 문화적 특성이 청년층의 호감을 사고 있다고 분석했다.
취임 전 흑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워싱턴 DC의 한 유명한 칠리 전문점에 들른 오바마는 점원이 “잔돈을 돌려 받길 원하냐”고 묻자 여느 흑인 청년처럼 “Nah, we straight”(“괜찮다”는 뜻)라고 격의없이 답했다.
그러나 풀 기자단에 속한 백인 기자들은 이를 표준 영어대로 “No, we’re straight”라고 점잖게 받아적었다.
이 장면을 담은 영상이 인터넷에 돌자 흑인 청소년들은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한 엘리트인 오바마가 흑인 사회에서 쓰이는 말투를 아무렇지 않게 구사하는 것에 다시 한 번 열광했다.
‘연설의 귀재’라 불리는 오바마는 또 대학시절 흑인 문학에 심취한 전력을 바탕으로 미국 흑인 명사들의 글귀나 연설을 패러디하기 즐긴다.
지난 1월 한 경제관련 연설에서 오바마는 “지연되고 있는 미국인의 꿈”(American dreams that are being deferred)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흑인 청중들은 이것이 ‘할렘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는 흑인 시인 랭스턴 휴즈의 시 ‘지연된 꿈’(A Dream deferred)을 차용한 것임을 곧바로 알아챘다.
오바마는 1년 전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자신이 무슬림이라는 소문에 대해 해명할 때에도 영화 ‘말콤 X’에서 전설적 흑인운동가 말콤 X로 분한 덴젤 워싱턴의 대사에서 ‘bamboozle’과 ‘hoodwink’(둘 다 ‘꾀어내 속이다’라는 뜻)라는 은어를 차용하기도 했다.
보수 성향의 싱크탱크인 맨해턴연구소의 존 맥워터 연구원은 “흑인 영어, 특히 그 운율은 힙합이 미국 청소년들 사이에 주류문화로 자리를 잡으면서 이들 계층에서 공통어가 돼 가고 있다”며 “따뜻함과 진실성, 약간의 위험스러운 뉘앙스가 흑인 뿐 아니라 백인의 감성에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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