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위기에 빠진 채 수 개월전 뱅크오브아메리카에 합병된 메릴 린치사의 최고경영자(CEO) 존 테인은 무려 120만달러를 들여 자신의 사무실을 리모델했다가 빈축을 샀다.
정부로부터 천문학적 액수의 구제금융을 받아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씨티그룹은 5,000만달러에 달하는 회사 전용기구입 계획을 세웠다가 백악관의 비난이 터져나오자 마지못해 이를 취소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집단 파산위기에 빠진 디트로이트의 3대 자동차사 CEO들이 의회에 구제금융을 요청하기 위해 각자 전용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날아왔다가 대중의 미움을 산 것 역시 불과 몇 개월전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정부로부터 총 1,80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지원받은 미국 최대의 보험금융업체 AIG사가 이 가운데 1억달러 이상을 직원 보너스로 나눠주었다가 ‘공공의 적’으로 몰려 연일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고 있다.
더욱 기막힌 것은 두둑한 보너스를 받아든 AIG 직원들이 위험스런 금융파생상품을 유통시켜 회사는 물론 전세계적인 금융 위기를 거든 장본인들이라는 사실이다.
AIG 등 초대형 금융기관에서 점회된 경제위기로 무고한 근로자들이 무더기 감원과 무차별 감봉의 고통을 겪고 있는 마당에 이같은 난국을 초래하는데 일조한 AIG의 일부 직원들에게 엄청난 액수의 보너스가 지급되었다니 정말 어이가 없다.
미국은 지금 ‘대공황’에 버금가는 심각한 불황을 겪고 있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 매주 60여만명이 일자리에서 내몰리고 있다. 극심한 생활고와 희망 없는 미래에 짓눌려 동반자살이라는 극단의 선태을 하는 가정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와중에서 AIG사는 국민의 혈세에서 떼어준 막대한 구제금융을 받아 자신들의 잇속부터 챙기려들었던 셈이다.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오바마 행정부는 미국 금융의 위기를 무릅쓰고 추가 구제 금융을 하지 않든지 아니면 국민의 분노에도 추가지원을 하든가 선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AIG에 추가 지원은 결국‘밑 빠진 독에 돈 붓는’ 어리석은 결과만을 낳고 말 것이다.
그렇게 막대한 구제금융에도 불구하고 결국 구제불능이 되어버린 AIG사태는 책임자들은 물러나거나 자살하라는 일부 중진의원들의 말이 결코 과하게 들리지 않는 막판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법적 계약을 앞세워 보너스 지급의 정당성을 주장하며 국민의 돈으로 개인의 배부터 채우려한 AIG…. 아무래도 이건 아니다.
역설적이지만 이제는 AIG가 죽는 게 오히려 미국이 사는 길일지도 모를 일이다.
sjkwon@koreatimes.com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