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시즌이다.
이번 가을에 대학입학을 앞둔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고민과 시름이 깊어갈 시기이다.
대공황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대학학자금은 오를대로 오른 상황에서 자기적성과 취향, 경제적 형편에 맞는 대학을 선택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웬만한 사립대의 경우 연간 학비가 5만~6만달러, 주립대로 눈을 돌려도 2만5,000~3만달러에 이르니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요즘 같은 경제위기에 공부를 잘 해서 전액 장학금을 받든가 아니면 육사·해사·공사 등에 진학한다든가 부모의 수입이 저소득층에 속해서 학비 걱정이 없는 사례들이 여간 부러운 것이 아니다.
지난주 봄방학을 맞아 대학진학을 앞둔 딸과 10학년 아들, 아내와 함께 대학 입학허가서를 받은 동부의 대학교들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일단 비싼 여행경비를 들여서라도 입학허가를 받은 대학을 직접 방문하기는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아무리 인터넷에 들어가서 비디오로 학교에 관해 검색해 보고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봐도 본인이 직접 가서 느끼는 것이 가장 확실하기 때문이다.
이번에 돌아본 뉴욕 맨해턴의 한복판에 위치한 대학은 조용한 캠퍼스라기보다 분주한 도심의 정취를 물씬 풍기는 학교였다.
캠퍼스는 젊음과 열정으로 활기가 넘쳤고 졸업 후에도 취업 기회가 풍부해 보였다. 보스턴의 한 대학은 조용한 호수가 가로놓여 있고 중세시대의 성당을 연상케 하는 학교 건물이 초현대식 도서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남가주의 대학은 이미 방문을 마친 상태에서 동부와 서부의 분위기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내주에는 합격허가서를 받은 중동부의 또 다른 사립대학을 방문할 계획이다.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방문을 해보는 것이 후회 없는 선택이 될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물론 요즘 같은 경제위기에 대학선택의 기준은 학비보조를 얼마나 받을 수 있고 경제적으로 얼마나 자녀를 지원할 수 있느냐가 중요한 잣대가 될 것이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자녀와 궁합(?)이 맞는 학교를 어떻게 찾아내느냐가 부모로서는 가장 중요한 임무이다. 주위에서 아무리 이 학교가 좋다, 저 학교가 좋다 이야기해도 자녀가 정작 좋아하는 학교는 따로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나서 생각해 보면 인생의 황금기는 대학 캠퍼스에서 보냈던 방황과 좌절과 낭만의 4년이었던 것 같다. 사회는 용납하지 않지만 대학에서는 충분히 이것들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대학졸업 후 대학원 진학이나 취업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인생관을 결정하고 학문을 배우고 순수하게 교우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학 4년을 어디서 보내느냐는 앞으로의 인생향로에 큰 영향을 미칠 것임에는 틀림없다. 누구는 대학을 이미 정했고 누구는 이미 대학은 물론 전공까지 일찍 정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럽기도 하다.
그러나 딸이 전공을 정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조건이 좋은 여러 대학을 놓고 저울질하는 재미 아닌 재미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과 궁합이 맞는 대학에서 교양과목을 1년 이상 듣다보면 자신이 무엇을 가장 좋아하는 지, 잘 하는지, 잘할 자신이 있는 지등을 곱씹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대공황 이래 최대의 경제위기에 대학에 들어가는 올해 입학생들은 아마 학비보조를 학교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생각해야 하 는 세대가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
5월1일까지는 대부분의 대학에 최종통보를 보내야 하기 때문에 대학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학부모들의 잠 못 이루는 밤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대학입학생들도 좋은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기가 죽을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인생은 마라톤이기 때문이다.
박흥률/부국장 겸 경제 1부장 peterpak@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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