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고씨 사건 계기 한인 2세 마약중독 심각성 일깨워
“자녀행동, 작은 변화도 관심가져야”
지난 16일 노스브룩 소재 한인 가정에서 발생한 폴 고씨(22) 사망사건은 한인사회에도 역시 청소년 마약 문제가 심각하게 팽배해 있음을 다시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한인들의 정서상 ‘우리 아이는 괜찮겠지’하는 믿음으로 흘러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 같은 막연한 믿음이 중독으로 인한 심신 훼손, 심지어는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실질적으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숨진 폴 고씨 가족의 지인에 따르면, 고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에 다니면서부터 마약에 손대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모님도 몰랐지만 복용한지 3년 정도 되는 시점부터는 환청, 정신분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서 부모는 물론 가까운 친척들까지도 그가 고통을 겪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심장 쪽에 고통을 많이 느꼈으며, 할머니가 나타나 ‘네 몸을 찔러라, 죽어라’하는 환청을 자주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폴 고씨는 ‘부모가 병원에 가라’며 여러차례 권유했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결국 그는 스스로 고통을 짊어지고 가다 죽음이란 결말로 이어진 것이다.
이에 앞서 수년전에는 네이퍼빌시에 거주하는 한인 가정에서 10대 시절부터 마약을 복용해 온 청년이 약물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로 사망한 바 있다. 또한 시카고를 포함, 글렌뷰, 나일스, 스코키 등 한인 상권 및 주거지역이 밀집한 경찰서의 리포트를 살펴보면 마약 복용, 소지, 거래등의 혐의로 체포된 한인들의 이름을 종종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한인사회내 마약 문제는 자못 심각하다.
그러나 문제는 한인가정의 경우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럴 리 없다’는 막연한 믿음이 강하다는 것과, 설령 마약, 혹은 마리화나 등에 노출됐다는 것을 알면서도 도움을 받기 보다는 ‘쉬쉬’하는 사례가 너무 많다는 점이다. 마약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예향의 김왕기 대표는 “예를 들어 중, 대형 규모 한인교회의 경우 같은 교회내에서도 비록 자신들끼리는 모르지만 우리 상담기관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숫자가 여러 명에 이를 정도로 문제가 심각하다. LA에서 또는 한국에서 치료받는 한인학생도 많다. 만약 환청이나 환상을 보는 단계에 이른다면 설령 마약을 끊는다고 해도 손상된 뇌를 완전히 치유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청소년 마약 상담기관인 LA 나눔선교회에서는 환청을 들은 학생이 건물에서 뛰어내려 죽는 사건이 발생했다. ‘총을 쏴라’, ‘칼로 찔러라’, ‘높은 곳에서 뛰어내려라’ 등은 환청, 혹은 환상시에 듣게 되는 흔한 말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관계자들은 자녀가 조금만 이상한 행동을 보이더라도 즉각 소변, 혹은 머리카락 검사를 받게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시카고 일원에 여러 사무소가 설립돼 있는 청소년전문봉사기관(Youth Outreach Service)의 김유리 의료담당자는 “자녀의 성적이 갑자기 떨어진다든지, 엄마의 눈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한다든지, 담배냄새가 난다든지, 나가는 횟수가 늘거나, 혹은 방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는 등 조금만 이상한 변화가 있어도 관심을 쏟아야 한다. 소변 검사는 마음대로 안 되지만 머리카락 같은 경우는 부모가 몰래 얼마든지 채취할 수 있다”며 “설마 우리 아이는 아니겠지 하는 생각은 절대 금물”이라고 조언했다. <박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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