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통령의 검찰 소환이라는 사태가 또 다시 일어나게 됐다. 노 전 대통령이 피의자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면 불행한 한국정치사에 또 하나의 획을 긋게 될 것이다.
돌이켜보면 청와대 정문을 통해 ‘100만 달러’가 대통령 측에 전달된 전례는 40여년 전에도 한 번 있었다고 한다.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데이빗 심슨이라는 중역이 그의 회고록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월남전이 한창일 무렵 박정희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당시 미국의 M16 자동소총 수출업체를 대표해 사례금으로 100만달러 봉투를 들고 와 전했다는 것이다.
대통령 비서가 그를 소개하자 대통령은 “손님이 오셨는데 잠깐이라도 에어컨을 트는 게 어떻겠나”고 말을 꺼냈다는 것이다.(박 대통령은 평소에 집무실과 거실에 부채와 파리채를 두고 에어컨은 끄고 지냈다.) 그리고 심슨이 “저희 회사가 드리는 작은 성의…”라는 인사말과 함께 준비해온 수표가 든 봉투를 대통령 앞에 내밀자 대통령은 그 봉투를 다시 심슨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면서 “당장 이 돈만큼 총을 더 가져오시오. 당신이 준 이 100만달러가 사실은 지금 내 형제, 내 자식들이 천리타향(독일광부)에서 그리고 멀리 월남 땅에서 피 흘리고 땀 흘려 바꾼 돈이요”이라고 말하더란 것이다. 그는 박대통령의 얼굴에서 한 나라의 대통령이 아닌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고 회고했다.
똑같은 100만달러를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직책의 인물이 받았는데 어쩌면 이렇게도 ‘감동’과 ‘치사스러움’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것일까? 똑같이 돈을 주고도 한 외국인은 위대한 지도자의 모습에 고개를 숙였고 체포된 후원자는 애국심도, 백성 사랑도 없어 보이는 비겁한 지도자라 여겼을 것이기에 주저 없이 모두 폭로했다.
이리도 감동이 준 존경과 경멸이 낳은 폭로의 차이는 하늘과 땅만큼 크다.
이재학/6.25 참전유공자회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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