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30) 씨가 지난달 7일 오후 경기도 분당의 자택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을 때만 해도 이 사건은 심심찮게 터지는 연예인 자살사건처럼 보였다.
유서가 발견되지 않은데다 1년 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으며 약물을 복용해온 사실까지 드러나자 경찰도 사건을 `단순 자살’로 처리했고, 숨진 지 사흘 뒤 장례도 치러졌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초대형 스캔들’로 번지게 만들 씨앗은 엉뚱한 곳에서 뿌려지고 있었다.
장 씨의 소속사에서 일하다 호야스포테인먼트라는 연예기획사를 차려 독립한 유장호(30)씨가 바로 파문의 `진앙지’였다.
장 씨가 자살한 다음날인 8일 유 씨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장자연이 심경을 토로한 문건을 나에게 줬다. 자연이를 아는 연예계 종사자는 왜 죽음을 선택했는지 알고 있을 것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려 `우울증에 의한 단순자살’이라는 경찰 발표에 의혹을 제기했다.
나중에 경찰 수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이지만 유 씨는 이날 언론사 두 곳에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보여줬고, 이들 언론사는 9일과 10일 ‘저는 나약한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라는 문건 내용 일부를 보도했다.
하지만 이들 두 언론사의 보도가 나올 때만 해도 공개된 내용은 사건의 본질과 멀리 떨어져 있었다.
며칠 후 한 방송사가 ‘유력 인사들에게 성 상납과 술접대를 강요당했다’는 `장자연 문건’의 알맹이를 터트리면서 경찰이 전면 재수사에 착수했고, 그후 그의 죽음을 둘러싼 미스터리는 온갖 소문과 억측을 몰고 다시며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수사 초기 매일 열린 경찰 브리핑에 100개 이상의 언론사가 몰렸고, 인터넷에는 `장 씨에게 성상납과 술시중을 강요한 인물’이라며 그럴 듯한 것부터 황당한 것까지 각종 ‘장자연 리스트’가 나돌았다.
지지부진하던 경찰 수사도 장 씨의 유가족이 기획사 대표 유 씨와 소속사 전 대표 김모(40)씨 등 문건 등장 인물들을 사자명예훼손, 성매매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고소하면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특히 피고소인 가운데 언론사, IT업체, 금융업체 대표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연예계는 물론 재계, 언론계까지 추문에 휘말렸고, 실체도 분명하지 않은 `장자연 리스트’가 마치 ‘판도라의 상자’처럼 인구에 회자됐다.
그러나 사건의 파급력과 인화성에 비해 경찰 수사는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경찰은 연일 터져 나오는 언론 보도를 뒤따라 가며 확인하기에 급급했고, 수사 방향도 계속 갈팡질팡해 수사선상의 유력인사들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쇄도했다.
결과적으로 40일 넘게 수사를 하고도 사건의 실마리를 쥔 소속사 전 대표의 신병도 확보하지 못한 채 초라한 수사결과를 내놓은 셈이어서 `조기 봉합’이 아니냐는 의혹에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어쨌든 한 달 넘게 온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장자연 사건은 `안타까운 죽음’의 베일도 벗겨내지 못한 채 어정쩡한 마침표를 찍은 꼴이 됐다.
(성남=연합뉴스) 김인유 기자 hedgeho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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