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년퇴직 후 이 딸, 저 딸집을 다니며 손주들을 보살피는 일로 소일거리를 삼고 있다. 사위 중 둘은 백인이고, 한 명이 한국인이다. 백인 사위들에게서 난 손주들도 김치볶음밥과 김치찌게를 무척 좋아한다. 아이들은 김치를 곁들여 토스트를 먹기도 한다.
얼마 전 두주 간 남가주에 다녀온 후 세 손녀딸들에게 쇠고기 무국에 김치를 헹구어 잘게 썰어주니 “할머니, 우리 김치 미스 했어”라며 국 한 그릇에 밥을 말아 뚝딱 해치운다.
얼마 전 이웃 백인 친구 집에 점심초대를 받았다. 이 집은 김치를 먹는 가정이다. 그날 점심으로 집에서 직접 구운 빵과 맹물에 소금을 조금 넣고 감자, 양파, 셀러리, 당근, 그리고 녹두를 함께 삶은 야채수프를 내놓는데 정말 맛이 없었다.
그래서 며칠 후 돼지고기와 두부를 넣고 맵지 않게 만든 김치찌게를 그 친구 집에 갖다 주었다. 돼지고기와 두부가 들어가 냄새도 많이 나지 않고 맵지도 않지만 만약을 위해 옆에 물 한잔을 갖다 놓고 먹되, 입에서 불이나면 소방국에 전화하라고 농담을 했더니 허리를 잡고 웃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조상 때부터 무와 배추, 콩으로 살아온 민족이다. 예전엔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환자들이 별로 없었던 걸로 기억한다. 유산균이 담긴 요구르트를 먹지 않아도 김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생기는 발효산으로 충분히 요구르트를 대신할 수도 있었다.
김치 한 가지만으로 밥을 먹을 수 있으니 경제적이고, 또 이민생활에서 쌓인 향수를 달랠 수도 있다. 김치는 역시 매력 있는 건강식품이다. 오늘 저녁도 김치찌게를 만들며 김치를 만든 조상님들께 감사를 드린다.
김우란/북가주 모라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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