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렛 한
4월을 보내며 침묵, 그 의미는...
4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다. (T.S. Elliot)
두 해전 4월 어머니께 문안 전화드렸더니 딸만 둘있는 내게 넌 아들이 몇이냐고 물으셔서 기겁을 한 적이 있다. 이미 치매증상이 시작되고 있던 어머니는 한달 후 돌아가셨다. 그해 4월 놀라웠던 기억은 사람이 늙어 죽는다는것을 남의 얘기가 아닌 나의 일로 실감하게 했다. 우리 모두는 바람에 날리는 먼지라네 우리가 거부해도 우리 모두 떠나버리죠(Sarah Brightman 노래)
Toll free로 항공 예약 후 다음날 아침에 서울가니 비가 부슬 부슬 내리는 저녁이었다. 어머니 영면하신 병원에 당도하니 입구에서 조카들이 검은 양복을 입고 대기하고 있다가 가방을 받아들고 안으로 들어간다. 식구들과 함께 영안실에 가니 벌써 신부님께서 우리 식구를 기다리며 입관예배 시작을 준비하고 계셨다. 장녀 노릇도 못하고 나는 끝까지 불효막심하다. All we are dust in the wind. Don’t hang on 집착하지 마세요. 모든 것은 사라진다네.
그런데 중학교때 축농증 수술후 내 코속에서 떼어낸 살점을 호주머니속에 간직하고 집에 오셔서 “내 딸내미 살점을 버릴 수가 없다.”라던 아버지의 사랑과 시집안간 딸내미 노후 걱정으로 가슴앓으시다가 노처녀 노후장만하고 돌아가신 어머니의 사랑에 대한 기억은 영원하다. 부모님은 돌아가시고 말이 없으시다.
그러나 안계시니 나의 불효가 더욱 깨달아진다. 죽음은 끝이 아니다. 계속 침묵으로 말씀하시고 채찍질하신다.
어머니 장례식후 나성에 살던 동생가족이 한국으로 역 이주하며 가는길에 하와이에 들렀다. 마침 일요일이어서 같이 예배를 드렸다.
솔직히 목사님 의 기도를 함께 받고 싶었으나 마침 본토 연회 참석차 출타하시고 안계셔서 서운한 마음으로 친교실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좀 쓸쓸했다. 그런데 저쪽 (먼) 테이블에서 성도님 한분 오셔서 그냥 묵묵히 함께 앉아계시다가 동생들 배웅까지 눈인사로 하셨다. 흰머리가 오히려 따뜻한 그분과는 평소 가까이 지냈지만 전혀 말이 없으신분이라 살거운 잔정은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 순간의 그분의 침묵의 동석은 백마디 말보다 더 깊고 그윽했다. 지금도, 그분도 나도 별로 말이 없다. 그러나 그 침묵의 감동은 영영 잊혀지지 않는다. 모든게 사라지지만 가슴 따뜻한 영롱한 영혼은 분명 영원하다.
4월은 잔인한달, 그러나 외로움과 절망에 젖어있는 “나”에게 잔인한 예수의 고난과 십자가의 피흘림의 죽음은 침묵(성령)을 통한 진정한 사랑이다.
그 사랑에 가슴이 따뜻해진다. 꽃샘추위를 이기고 봄꽃 들꽃들이 만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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