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년만의 도요타 적자로 실업자 급증
호황때 마련해 놓은 예비비가 효자노릇
오랫동안 도요타시는 자매도시인 디트로이트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도요타 자동차와 같이 세계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로 자라며 번성해 왔다.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는 일본 자동차 도시의 호황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 시 최대 고용주인 도요타 자동차는 59년만에 첫 적자를 내면서 공장 문을 닫고 생산을 줄이고 있다. 이로 인해 일자리가 줄어들고 세입이 감소하는가 하면 다운타운 샤핑가가 한적해지는 등 도요타시는 근래에 보기 드문 최악의 불황을 맞고 있다. 도요타시와 자동차 모두의 운세 반전은 한동안 거침없이 질주하던 일본 자동차 업계를 비롯 거의 모든 업계를 강타한 세계 경기침체의 상징이 됐다.
이곳에서 카메라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요시무라 다츠야는 “처음에는 디트로이트처럼 되는 것이 꿈이었다”며 “그러나 요즘에는 그렇게 될까 봐 두렵다”고 말했다. 이곳 주민 중 상당수는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이기는 하지만 한 회사에 도시의 운명을 거는 것이 합당한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도요타 시청 재무국의 책임자인 사와히라 쇼지는 “도요타가 기침을 하면 우리는 폐렴에 걸린다”며 “세계 최대 자동차 회사에 이런 일이 생기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말했다. ‘헬로 워크 도요타’라고 이름 붙여진 지역 실업자 사무소에 가 보면 미래에 대한 불안이 느껴진다. 이곳은 요즘 급증한 실업자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지난 가을까지 이곳은 거의 비어 있었다. 자동차 회사가 만성적인 인력난에 시달려 일본 전역은 물론 브라질과 페루까지에서 노동자들을 수입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실업 수당을 청구하거나 일자리 정보를 구하기 위해 컴퓨터 터미널에 앉아 있는 하루 1,000명의 실업자들로 이곳은 붐비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이곳에 온 사람 중 하나에 지난 2월 자동차 유리공장에서 일하다 감원된 타나카 마사히로(30)가 있다. 그는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일한 지난 12년 동안 자신이나 다른 누가 감원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직까지 바쁜 곳은 프리우스 생산 공장뿐”이라며 “다른 곳의 일자리는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했다. 프리우스는 불황에도 불구하고 인기 있는 도요타의 하이브리드 자동차다.
헬로 워크의 부소장인 가와지리 마사미는 1월과 3월 사이 8,042명의 구직자가 사무실을 찾았다고 말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133%가 늘어난 수치다. 이처럼 갑자기 실직자가 늘어나면서 이곳 직원들은 주 6일 동안 쉬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과로로 한쪽 눈이 빨개졌다는 그는 “이렇게 바쁜 것은 처음”이라며 “경제가 더 나빠지면 어떻게 될 것인가는 생각하고 싶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여름 도요타 자동차가 6,000명을 감원하고 이곳에 있는 7개 공장에서 생산량을 줄이면서 일자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도요타시에는 7만2,000명에 달하는 일본 내 도요타 자동차 직원 대부분이 살고 있다. 도요타는 지난 회계연도 중 35억달러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는데 이는 1950년 이래 처음이다.
많은 주민들은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어떤 사태가 벌어질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은 장기적으로는 도요타가 어려움을 극복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은 호황 시절 사치스런 프로젝트로 돈을 낭비하지 않고 이런 때를 예상해 7억1,900만달러를 예비비로 비축해 놓는 등 근검절약하는 자세를 보여 온 시의 정책을 그 이유로 든다.
시 길거리는 여전히 쓰레기 한 점 없고 가게도 깨끗하며 범죄는 찾아볼 수 없다. 불황이 시작된 이래 문을 닫은 제조회사는 한 군데 뿐이다. 도요타 자동차가 400여 부품업체에 일감을 골고루 나눠줘 비즈니스를 계속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요타의 침체는 시 경제 전체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많은 군소 업체가 일감이 없어 놀고 있으며 단기 계약 근로자의 계약을 갱신하지 않음으로써 직원 수를 줄이고 있다. 일자리를 잃은 1만6,400여명의 브라질 등 라틴 아메리카의 일본계 주민 중 대부분은 자기 나라로 돌아갔다고 시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번 불황은 ‘기업 타운’으로 불리며 번창해 왔던 도시 중 대표격인 도요타시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다 줬다. 나고야에서 동쪽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는 이 도시는 1959년 도요타 자동차 회사가 이리로 옮기면서 이름을 도요타시로 바꿨다. 도요타 자동차가 차지하는 큰 비중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이 회사가 도시를 살릴 것으로는 보고 있지 않다. 도요타 대변인인 폴 놀라스코는 회사가 도시를 직접 돕는 것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시의 주요 멤버지만 도시계획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시 재정은 불황으로 큰 피해를 입었다. 시 재정국장인 사와히라에 따르면 도요타와 다른 기업들의 손실로 지난 3월 말로 끝난 회계연도 세수가 전년의 4억4,200만달러에서 1,600만달러로 줄어들었다. 시의 다른 주요 세원인 개인 소득세는 그처럼 크게 줄지는 않았지만 실업자가 늘어나면서 올해도 다시 감소할 전망이다.
이를 상쇄하기 위해 시는 1억달러 규모의 새 청사 건축과 시립미술관의 미술품 구입을 중단했다. 사와히라는 세수 감소가 심각한 문제이기는 하지만 예상 못했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도요타 자동차가 기업세 총액의 4분의3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시 당국은 회사의 예상 소득을 감안해 시 예산을 짠다. 그는 “우리 예산은 도요타 자동차 예산과 맞물려 있다”고 말했다.
지역 상인들도 시와 자동차 회사의 위축을 회복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들은 고객이 도요타 자동차를 사면 200달러를 보조해 주는 “우리는 도요타를 사랑해” 캠페인을 시작했다. 카메라 가게 주인인 요시무라는 “도요타가 망하게 할 수는 없다”며 “도시 이름을 다시 바꾸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 - 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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