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린다. 수화기를 들어보니 “ 평이야, 니 얼굴 보로 안 올끼이가?” 라는 내 고향 사투리의 친구 목소리가 들려 온다. 중학 동기생 중에 내 고향 통영에 단 한 사람 남아 있는 ‘석인’ 이가 나를 오라는 소리다! 이 소리는 마치 내가 코흘리게 어린 시절 우리 집 사립 밖에서 나를 불러내던 그 옛적 동무의 소리마냥, 언제나 내 귓전에 맴돌고있는 정다운 소리다.
그런데 고향에서 이국만리 떨어져 있는 나에게 그것도 내가 아침 저녁으로 거울을 통해 보고 있는 내 얼굴을 보러 오라니, 선듯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그 말의 뜻은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꼭 찾아 가보고 싶어 하는 도시, 유명 문인과 예술가를 가장 많이 배출한 동양의 ‘나포리’ 라고 불리우는 아름다운 풍경의 도시가 통영이기에, 통영시가 보다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통영 중심가에 위치한 삼성빌딩 전광판에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함께 ‘통영을 빛낸 사람들’ 이란 제목 아래 내 고장출신 ‘토지’의 작가 박경리와 세계적인 작곡가인 윤이상,그리고 한국의 10대 시인인 김춘수, 유치환 선생들과 함께 한국아동극의 개척자란 나의 얼굴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 지역마다 자기 고장 출신의 유명인사의 기념비를 세우고 또 그들이 살았던 집을 새로 단장하여 관광명소로 삼고 있는 것을 흔히 본다. 그런데 통영시는 색다른 아이디어로 2년전부터 관광객의 시선을 손쉽게 끌 수있는 전광판을 세움으로써 작년에 설치 된 한려수도를 가로 지르는 ‘케이블카’와 함께 통영의 2대 명물이 되었다는 게 내 친구의 설명이다. 그리고 친구는 덧붙인다. 전광판에 비치는 다섯사람 중 생존하고 있는 사람이 주 평이 너 뿐이며, 또 다른 네사람은 모두 통영이 아닌 타지에서 중학교를 나왔지만 너만이 통중 졸업생으로써 우리 통중의 자랑의 대상이라고 말한다.
내 친구의 말대로 내가 통중의 자랑의 대상이든 또 내 고향을 빛낸 사람으로 기라성같은 선배 4분의 옆 자리에 끼게 되었다는 사실에 대해 통영시 당국자와 심의위원들에게 감사하면서 이 보상의 뒤안길에는, 생활이 보장 되는 의학의 길을 마다하고 반세기 넘게 아동극 분야와 아동극과 성인극작가의 가시밭 길을 걸어 오면서 나와 내 가족들이 찔리고 할키며 살아 온 그 많은 세월의 아픔이 다시 한번 나울이 되어 내 가슴에 차오름을 느낀다. 하지만, 나란 존재가 통영시민이나 많은 관광객의 머리 속에 오래 기억 되어 질 이러한 보상이 나에게 주어진데 대해, 내 나름의 ‘나리시즘(자기과시)’적인 표현을 해 본다면 박경리씨가 1962년에 발표한 통영을 소재로 한 ‘김약국집의 딸들’ 이 통영을 알리는 부과가치의 효과를 톡톡히 했다면, 나 또한 통영을 소재로 한 희곡 ‘선주’ 와 ‘샛터’ 를 1960년대 초에 현대문학에 발표했고, 또 통영을 배경으로 한 장편희곡 ‘하동댁’ 과 초등학교 국어 교과서에 실린 아동극 ‘섬마을의 전설’ 과 나의 4권의 수필집 속에 수록된 250편이 넘는 작품중, 내 고장을 소재로한 작품이 50편이 넘는 다는 사실을 비추어 볼 때, 통영을 소재로 한 작품을 가장 많이 쓴 통영출신의 작가이자 통영의 부과가치를 높이는 데도 나 역시 크게 이바지 하지 않았나 하고 자부해 본다.
아무리 사나운 맹수라도 죽을 때는 제가 태어난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는 짐승의 습성처럼, 우리 인간도 기소본능을 가졌듯이 나에게는 유독 그 본능이 강한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달이 가기 전에 내 고향으로 달려 가기 위해 소풍날을 기다리는 어린이 같이 비행기표 한 장 예약해 놓고 내 고향 쪽으로 고개를 돌려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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