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6년, 그러니까 애드리안 휀티 시장이 두 번의 임기를 맡는 동안 워싱턴 DC 교육 제도를 완전히 개혁할 자신이 있습니다.”
4만6,000명의 학생이 있는 워싱턴 DC 공교육 시스템의 수장 미셸 이 교육감(사진)은 당당하고 거침이 없었다.
서울대동창회(회장 박무광) 초청으로 9일 애난데일 소재 코리아 모니터 갤러리에서 강연회를 가진 이 교육감은 “스스로 보기에 6학년 수준 밖에 안된다”는 한국말을 적절히 섞어 좌중을 웃겨가며 풀어나갔다.
부모의 기대를 완전히 어기고 교사였던 할머니의 권유에 따라 교사가 된 일, 첫 부임지 볼티모어에서 실패로 끝나버린 경험, “일단 시작했으니 끝을 보라”는 아버지의 명령에 다시 짐을 쌓던 기억 등 교육자로서 출발이 쉽지 만은 않았다.
그러나 마음을 굳힌 후 상황은 달라졌다. 각종 아이디어를 동원해 노력한 결과는 곧 나타나기 시작했고 점차 주목을 받던 그는 휀티 DC 시장의 요청으로 전국 최악이라는 워싱턴으로 오게 된다.
“한 예를 들겠습니다. 워싱턴 DC 내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은 비슷한 환경의 뉴욕 할렘 4학년 학생보다 2년 정도 수준이 뒤져요. 정말 대책이 시급했습니다.”
교육감 취임 후 상황을 진단해 보니 엄청난 예산 낭비, 교사들의 자질 부족, ‘철밥통’ 시스템으로 야기되는 동기 부족 등 문제는 곳곳에 산재해 있었다. 특수 아동 등교를 돕는 스쿨버스 예산이 7,400만달러가 책정돼 있었는데 그 액수는 한 명당 일년에 1만8,000달러가 드는 꼴.
이 교육감은 “아예 아이들에게 차를 사주고 운전사를 고용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며 “교육 공무원들의 무책임한 업무는 도를 넘어선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작년에 DC는 23개의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학생이 줄었는데도 무리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불도저같은 추진력으로 개혁을 밀고 나가다 보니 “Rhee go home” 같은 피켓을 들고 시위대가 늘 들끓었다.
그를 DC 주민들이 무조건 반대한 것은 아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이 교육감의 취임으로 어떤 효과가 나타날지 이미 예상하기도 했다. 그 중 하나가 앤소니 윌리엄스 전 시장의 어머니다. 그는 한 번도 이 교육감을 만난 적이 없던 당시에도 이 씨를 적극 환영했다. 왜 그러냐 물어보면 그는 “한국인은 아무리 어려운 일도 해낼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하고 다녔다.
“교육에 대한 나의 철학과 신념은 부모님들로부터 왔다”는 이 교육감은 “결국 교사들이 바뀌면 워싱턴 DC 교육 환경도 달라지게 될 것”이라며 사람에대한 신뢰의 끈을 놓지 않았다.
<이병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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