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훈한 바람이 불어오던 2001년 오월 둘째 토요일. 참나무 아래 다섯 사람이 둘러앉았다. 그들은 흙 속에, 바람 속에 책을 읽고 서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책 읽기는 2009년 오월 둘째 주 그땐 그 길이 왜 그리 좁았던고.책 읽은 것으로 207권을 읽었다.
상수리 독서 회원은 내 조국을 떠나 낯설고 물선 이국 땅에서 생존하기 위해 내 뿌리를 내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그런 환경 속에서 자신의 뿌리를 튼튼히 하고 후세들에게 좋은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해 한 달에 2권의 책을 읽어왔다.
이문열 작가는 1년에 500권의 책을 읽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학 교수들도 많은 책을 읽고 있다. 그런 분들은 자기의 전공분야에서 새로운 진리와 교양을 찾아내어 후세 교육을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 그런데 상수리 독서회는 그런 전문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그냥 책을 좋아해 문학서적, 자서전, 교양 서적들을 읽고 있다. 그럼 집에서 읽지 뭐하러 그런 곳으로 나가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가 책을 읽다보면 눈길을 멈추어야 할 대목이 있고,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있고 그냥 지나칠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가 길을 가다 아름다운 들꽃을 보면 걸음을 멈추고 그 향기를 맡아본다. 그리고 처음 접하는 사물이 있으면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이웃을 찾는다. 그 이웃이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홍수가 져 강물이 넘쳐나도 내가 마실 물이 없어 목말라 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의 모습이다. 그런 갈증을 해소할 수 있는 곳이 상수리 독서회다.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하면 큰 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우리 한국사람은 다혈질이 강하다. 그런데 8년이 지나가고 있는데도 그런 소리 한번 흘러나오지 않고 있다. 만약 그런 소리가 났다고 하면 8년이란 시간과 207권이란 책을 읽을 수 있었을까. 그리고 다른 모임 같았으면 회장도 여러 번 바뀌었을 것이다. 이것은 회장의 리더십만이 아닐 것이다. 회원간의 배려와 신뢰감이 쌓여있기에 오늘 여기가지 올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다.
새벽잠을 설치고 이른 아침 찬 공기 속을 달려와 따뜻한 커피를 앞에 놓고 도란도란 책에 대한 느낌을 나눈다. 이런 분위기는 어느 여인들의 속삭임보다 더 진실되고 훈훈한 정이 오가는 것 같다.
어떤 모임에 가든 여러 계층의 사람들이 모여든다. 척하는 사람도 있고 체하는 사람도 볼 수 있다. 그리고 옆에서 보기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아니꼬운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특히 요즘 사람들은 개성도 강하고 주관들이 서 있다. 그래서 가끔 자기의 주장을 내세우다 그 모임이 핵처럼 분산되는 것을 보아왔다. 이런 행동을 몇 번 보면 아마 부처도 돌아앉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풍경은 일어나지 않고 8년이란 긴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
1.
상수리 독서회 회원은 혼탁한 환경을 벗어나 생활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것이 책 속에서 건져 올리는 그들만의 신선한 공기가 있는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일까. 사람은 사물을 바라보고 느끼는 감정이 다르다. 저 사람은 저렇게 느끼고 있구나 하는 의견을 존중하는 마음이 아닐까. 만약 독서회에서 그런 꼴불견이 일어나면 누가 그 모임에 참석할까. 상수리 독서회원들은 세속적인 생각보다는 책 속에 흐르고 있는 아름다운 혼만을 흡수하기에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말 아름답고 흐뭇한 풍경이 아닐 수 없다.
이민 생활에서 우리들의 정서를 유지시켜주는 요인들이 메말라가고 있다. 그런 환경 속에 있는 우리들에게 오월의 따스한 햇살처럼 마음속으로 스며들 듯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으면 한다.
나무에는 잎이 무성히 자라야 보기가 좋다. 상수리 독서회도 풍성한 잎을 많이 만들어 이 지역에 오랜 동안 아름답게 남아서 밝은 한인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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