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인 이야기’를 쓴 시오노 나나미가 이탈리아 남자란 어떤 사람들인가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그는 자신이 이탈리아 총리를 만난 케이스를 그 예로 들었다. 전부터 잘 알고 지낸 사이였는데 총리가 된 후에도 시오노 나나미가 면담을 신청하면 거절한 적이 없으며 만나는 시간 동안은 일체 외부 전화를 받지 않고 자신과의 대화에만 열중하는 성의를 보인다는 것이다. 여성을 알아주고 진지하게 관심을 쏟아준다는 의미에서 그와 만나는 것이 즐거웠고 그가 나이 들었음에도 무척 섹시해 보였다고 평했다.
이탈리아 남성들은 여자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하는데 뛰어난 재질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여성에게 호의를 표시할 때 “나는 당신이 희망하는 상태대로 있겠습니다(Sono tua dispozione)”라는 독특한 말을 사용하는데 이같은 황홀한 인사는 유럽의 어느 나라의 언어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당신이 원하는 대로 무엇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데 어느 여자가 감동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탈리아에서 성악을 공부하고 돌아온 한국의 음대 여교수가 유학시절을 회고하는 자리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때가 언제냐”고 사회자가 물으니까 학비나 언어장벽이 아니라 “이탈리아 남성들의 치근덕거림, 특히 지도교수의 노골적인 프로포즈가 너무나 정신적인 부담이 되었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부인이 옆에 앉아있는데도 아랑곳 않고 다른 여성에게 애정을 표시한다는 것이다.
요즘 이탈리아 총리 베를루스코니(72)의 기발한 인사가 화제다. 유럽의회 의원선출에 미스 이탈리아, 패션모델, 여가수, 배우 등을 추천해 참다못한 부인 라리오 여사가 이혼을 제기했다. 자녀들의 18세 성인식에는 한번도 참석 않으면서 란제리 패션모델의 18세 생일파티에는 참석하는 등 그의 바람기가 상식을 넘었다는 것이 그 이유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2년 전 TV탤런트 출신의 카르파냐라는 여성 국회의원에게 “내가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당신과 결혼할 것”이라고 말했다가 말썽이 일자 부인의 용서를 구한 적도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TV 방송국과 신문, 광고회사, 보험회사, 출판사, 금융그룹, 그리고 세계적인 축구팀인 AC 밀란의 구단주로 그의 재산은 6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탈리아 제일의 재벌이다. 돈과 권력을 함께 쥔 보기 드문 케이스다. 건설사업과 부동산으로 부를 쌓은 후 정계에 진출했으며 좌익에 질린 국민이 경제회복을 기대하고 극우인 베를루스코니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한 데가 있다. 그는 판사뇌물 증여, 위증조작, 마피아 관련, 탈세 등 수없이 많은 사건에 관련 되었는데도 총리를 세 번씩이나 하고 있다.
이탈리아 국민들은 왜 이 주책스런 인물을 총리로 택하고 있을까. 좌익의 무능과 부패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다. 그놈이 그놈이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정치의 무관심을 가져왔고 기왕 부패할 바에는 우익 부패가 났다는 차선의 선택이다. 국민의 관심이 정치 아닌 축구에만 쏠려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자신이 구단주인 AC밀란팀의 승리에 전력을 쏟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고 승부를 조작하다 말썽이 돼 2007년 총리직을 물러난 적도 있다.
베를루스코니는 극우와 극좌의 대립 산물이다. 극우승리의 문제점은 목적달성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재벌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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