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숙 (임마누엘 한국학교 교사)
가끔 잊고 있었던 나의 학창시절의 일들을 회상하면서 혼자 빙그레 웃거나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땐 참 몰랐었구나라고 생각하며 조금은 후회를 될 때가 있다. 조금만 더 준비 했어도 자신이 있었을 텐데 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사람들 앞에 서야 할때 두렵고 염려하는 마음이 있어 걱정을 하거나 도망가고 싶어질 때가 많은 것 같다. 하지만 누군가가 내면의 힘을 발휘하여 차별화 할 수 있다면 그것은 그 자신감으로 인해 더 많은 기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난 한 수줍음을 많이 탔던 우리 반의 한 여자 아이의 숨겨진 카드로 인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떨리고 기억에 남게 될 일이 다가오고 있었다 . 우리 학교에서 구연동화 대회가 있을 예정이고 우선 반에서 먼저 하기로 하였다.보통은 잘 하거나 하고 싶은 아이가 대표로 하는 것이 통래인데 우리 반은 모두 해야 한다고 한달 전에 아이들과 어머니께 일일이 말씀을 드렸다.
아이들에게 각자 이야기를 준비하게 하고 만약 준비를 못한 학생은 숙제로 나간 동시를 외우거나 읽게 하기로 하였다. 그런데 만약 하지 않겠다는 아이가 있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생겨났다. 이때 떠오르는 한 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는 첫 수업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우리반에 왔는데 나와 눈도 마주치지 않고 울면서 수업을 방해하면서 아이들의 시선을 끌던 여자아이였다. 그 후로도 수업 시간중에 수시로 옆의 남자 아이가 뭐라고 말만 해도, 내가 무엇인가 물어 보았는데 대답을 못 하기만 해도 울어버리는 그런 아이였다.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지…? 억지로 시킬까? 아니면 괜찮다고 할까?’
걱정하는 가운데 시간은 빠르게 지나가고 결전의 날은 다가왔다.
성경 이야기를 준비 하여 연습을 했는데 갑자기 배탈이 나서 못 참석한다고 아쉬워 하는 한 아이를 뒤로 하고 아이들의 발표는 시작되었다. 제일 어린 남자 아이가 동화 책을 보면서 빠르게 읽으며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기도 하였고 어떤 아이는 A4 용지에 준비한 아기돼지 삼형제를 이야기 하는가 하면 어떤 아이는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나와 나만 알아들을 수 있는 모기같은 소리로 원숭이의 그림자 라는 이야기를 떠듬떠듬 말하여 하는 수 없이 나의 목소리로 아이들에게 다시 들려 주게 하는 아이도 있었다.
드디어 내가 걱정했던 그 아이의 차례가 되었다. 그 아이는 마치 숨겨진 카드를 내 앞에 내어 놓듯 자기 스스로 만든 그림 이야기 책을 선보였고 난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이야기 책은 금도끼와 은도끼 이야기였는데 그림을 만화처럼 그리고 예쁘게 색칠하고 이야기를 스스로 써서 만든 그 아이만의 이야기 책이었던 것이다. 나의 걱정을 뒤로 하고 그 아이는 자신만만 하게 앞으로 나아왔고 자신있게 발표를 하였다. 순간 나의 걱정들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원래의 성격대로라면 앞에 나와서 발표하는것에 대해 두려움이 컸을 아이가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준비한 것을 바탕으로 당당하게 여러 아이들 앞에서 발표하는 모습을 보니 대견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비록 틀린 철자도 있었고 어색한 부분도 있었지만 난 그 아이의 노력과 용기에 감동하여 여러 아이들 앞에서 그 아이의 발표를 맘껏 칭찬해 주었다.
우리 아이들의 삶 속에서 끊임없이 다가오는 긴장되는 순간들, 떨리고 두려운 순간들 마다 지금 그 아이가 자신있게 내어 놓은 것 같은 숨겨진 카드를 준비 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이 지금은 비록 힘이 들지만 자신만이 준비해 둔 카드를 내어 놓을때의 희열을 생각하며 조금은 참고 준비하는 아이들이 되었으면 하는게 나의 바램이다.
우리 아이들이 한국사람으로서 한국어를 잘 하고 한국의 문화를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사실 현실은 그렇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한국어를 배우며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살아가다보면 언젠가는 자신만의 카드가 쓸모 있게 쓰여질 그 날을 기약하며 조금씩 조금씩 멋진 카드를 완성해 나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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