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년간 베이지역에서 피아노 조율 및 수리를 담당해온 황영기씨는 한인 피아노 연주자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보았을 만큼 친숙한 얼굴이다.
1981년 전기 기술자로 미국땅에 첫발을 내딛은 황씨는 91년, 당시 스타인웨이 뉴욕 지사 메니저를 맡고 있던 작은 아버지의 권유로 피아노 조율을 배우기 시작했다. 이후 황씨는 샌프란시스코 피아노 튜닝 학교를 졸업하고 자격증을 획득했다.
그러나 미국의 피아노 조율 교육에서는 실습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한국으로 유학을 나가 또다시 수개월간 고막에 통증을 느낄 정도로 강도 높은 훈련을 거듭해 마침내‘득청(得聽)’의 경지에 올랐다.
단 1밀리미터의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피아노 조율은 다년간에 걸친 노력으로 대다수 일반인은 듣지 못하는 음간 비트(beat)까지 찾아내 온전한 소리를 찾아주는 작업이다. 황씨는 9,000여개의 조밀한 부속들로 만들어져 있는 피아노는 마치 고급 자동차와 같아서 그 조율과 수리에 있어서는 피아니스트가 아닌 인증된 조율 및 수리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미국과 한국을 넘나들며 어려운 득청의 경지에 오른 황씨는 평소 푸근한 동네 아저씨 같은 얼굴이지만 피아노를 대하는 순간 그의 눈빛은 예리해진다.
악기로서의 피아노에 대한 그의 애정은 남다르다. 황씨는 베이지역 대다수 한인 교회들이 가진 피아노를 관리하고 있지만 교회의 피아노들을 볼 때마다 관리의 소홀함에 큰 아쉬움을 느낀다.
특히 피아노는 어린이들이 음악을 배우는데도 많이 사용되지만 교회의 어린이 교실 피아노들은 관리 소홀로 아이들에게 잘못된 음을 가르치는 경우가 많다며 안타까워한다.“언어와 마찬가지로 음감 또한 4~5세 이전에 완성이 되는데 그 당시 잘못된 소리를 듣고 자라게 되면 아이들은 평생 올바른 음을 못 찾게 됩니다.”
한대의 피아노를 조율할 때마다 건반을 2~3,000번 이상 두드려야 하고 수 톤에 달하는 장력이 걸린 쇠줄을 당기느라 팔목과 어깨가 남아나질 않지만 조율과 수리가 끝난 후 듣는 피아노 원음은 무대 위 피아니스트에게 쏟아지는 박수소리만큼 자랑스러운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 준다.
평소에는 토르토를 즐겨듣고 피아노 연주도 하지 않지만 그의 섬세한 손과 귀는 화려한 무대에 오르는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보이지 않는 받침목이 되어주고 있다.
<함영욱 기자> ha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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