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식적 태도
이대로 좋은가
지난 3월17일 두만강 근처 북·중 접경지역에서 탈북자 문제에 대한 기사를 취재하던 샌프란시스코 ‘커런트 TV’ 소속 여기자 2명이 북한에 납치됐다.
대북관련 정책 전문가들은 여기자 납치사건을 내외적 정국변환기에 있는 북한이 내세운 정치적 협상카드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8일 북한 중앙재판소는 여기자들에게 각각 ‘로동교화형 12년’을 언도했고 그들이 언제 돌아올 수 있을지는 여전히 누구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에 미국 정부에서는 납치된 기자들이 조기 석방되도록 북한과 교섭을 시도하고 있으며 주류사회 인권단체는 물론 납치된 한국계 여기자, 유나 리씨가 졸업한 학교에서도 인터넷을 통한 대대적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와 LA 등 지역 한인회들도 최근 여기자들의 조기석방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를 간략하게 가졌다. 지난 12일(금) SF 한인회는 재외선거준비 실무대표단 SF설명회가 끝난 직후 오후 4시부터 약 20분간 조기석방 촉구 성명서를 낭독했다. 여기자 납치사건에 대한 한인사회의 반응은 그나마 있었던 한인회 성명서 발표로 끝이 났다. 모두가 알다시피 납치 여기자들은 한인계와 중국계 여성이다. 역경을 딛고 타국에 뿌리내린 우리네 이민자 가정의 자녀다. 우리들의 사정이며 한인사회가 등한시할 수 없는 당면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몇몇 한인들과 나눠본 대화에서도 ‘미국 정부가 나섰으니 조기석방될 수 있지 않겠는가’라는 희망만 되뇌고 있다. 평소 미주 한인사회의 역량강화를 외쳐온 모습에 비하면 묘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주류사회를 겨냥한다면 이제 한인사회도 형식적이고 타성적인 태도는 버려야 할 것이다.
얼마 전 민주 평화통일 자문회의 월례회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한, 북, 미 3국 정세에 대해 “수년에 걸친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국정부는 북한정책 영향력을 갖추지 못했다”고 평가한 권오을 전 한나라당 소속 국회의원의 설명이 생각난다. 왠지 북한과 미국, 그리고 대북정책에 영향력 없는 한국정부의 국제 정치구도는 이곳 이민자 사회의 태도와도 별 다를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납치 여기자들의 조기석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또한 이루어질 것이라 믿는다. 그러나 북가주 한인사회가 계속해서 형식적 태도만 고수한다면 과연 그들이 돌아왔을 때 주류사회로 진출한 2세들은 지금의 한인사회를 어떻게 바라보게될 지 궁금하다.
이제는 한인회를 중심으로 여러 단체와 개개인 모두가 뭉쳐 국제사회를 향한 더 적극적인 조기석방 캠패인이 필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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