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통치자에게 ‘최고’라는 표현이 붙는 국가치고 민주주의적인 국가는 없다. 이란의 대통령 선거 후유증이 그 점을 잘 예시한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미르 호세인 무사비 전 총리를 압도적으로 눌러 이겼다는 정부의 발표는 무사비의 반발만이 아니라 무사비를 지지했던 수많은 젊은이들과 지식인들을 거리로 내달리게 하는 사태를 빚어냈다. 부정선거의 결과 때문에 그리 되었기 때문에 선거를 다시 해야 한다는 데모다.
그러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라는 이란의 최고 통치자께서 친히 말씀하시기를 국민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아마디네자드가 재선된 선거를 무효화시킬 수 없다는 것에 더해 데모로 인해 흘려질 피에 대한 책임은 선거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세력에 있다고 했다.
1979년 이란의 혁명으로 샤가 왕좌에서 쫓겨난 뒤에 최고 지도자가 된 아야톨라 호메이니 아래서 이란은 소위 이슬람 공화국이 되었다.
예를 들면 샤가 1953년에 권좌에 오르게 한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대사관 직원들을 인질로 잡아두는 등 과격한 외교정책과 아울러 회교도 교직자들이 정부를 감독하는 정치체제를 만든 것이다.
호메니이가 최고 지도자로서 대통령 위에 군림할 뿐 아니라 정규군은 물론 혁명 근위대의 통수자이기 때문에 소위 하나님(알라) 이름으로 통치한다는 신정체제(Theocracy)가 된 것이다.
신정체제의 특징은 혁명, 또는 체제 반대자들을 하나님께 대한, 또는 하나님의 법에 대한 불경과 반역으로 간주하여 사형을 무더기로 시키는 것조차 정당화하는 데 있다.
하루에도 몇 백 명씩 심지어는 샤 전복에 가담했던 굽사데 외무장관 등을 포함한 혁명 지지자들도 포함해서 처형시켰기에 호메이니의 측근으로 그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고 여겨졌던 아야톨라 몬타자리는 호메이니에게 1988년에 서한을 보내 “저는 당신을 따라 지옥문 앞에까지는 분명히 가겠지만 그 속으로 당신을 따라갈 용의는 없습니다”라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호메이니가 1989년에 죽자 당시만 하더라도 이슬람교 시아파의 교직자 중간급이던 하메네이가 몇 단계 뛰어올라 아야톨라가 되면서 최고 통치자로 부상한 것이다.
부언하자면 이번 선거 때 대선후보였던 무사비도 아야톨라 호메이니 아래서 최초의 수상으로 반 혁명파를 무자비하게 숙청했던 역사가 있다.
또 하메네이와 아마디네자드를 반대하는 것으로 알려진 라프산자니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엄청난 부정축재를 한 것으로 알려져 현 이란 사태를 집권층 내의 강경·온건파 사이의 권력투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하메네이가 데모대의 강경진압을 시사한 다음날 가슴에 저격을 당해 우리의 눈앞에서 피를 흘리고 죽은 26세의 대학생 ‘네다’ 양의 동영상은 하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즉 집권층 내의 권력투쟁만이 아니라 신정체제 전체에 대한 대규모적 민중봉기로 이어지게 할 기폭제가 될 가능성마저 있는 것 같다.
경찰과 혁명근위대만이 아니라 바시지라는 민간 혁명보조대원들의 무자비한 폭력진압에도 불구하고 테헤란 이곳저곳에서 결사적으로 벌어지는 젊은이들의 데모 모습을 CNN과 BBC 등 외국 보도기관이나 특파원들이 추방당한 상태에서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밤에는 민간 가옥들의 옥상에서 울려 퍼지는 “하메네이를 죽여라”는 구호가 의미심장하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이란에게 대화의 손을 내밀어놓고 있는 오바마는 입장이 곤란할 것이다. 무사비나 데모 군중을 지지하는 발언을 한다면 그렇지 않아도 오바마가 이란 내정에 간섭했기에 데모가 벌어졌으니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아마디네자드는 더 길길이 날뛰게 되어 외교협상의 길이 막히게 된다는 우려가 있다.
선거는 이란 내부 문제지만 평화로운 시위 군중을 강경진압 하는 것은 국제적인 규범에 어긋나는 것이라고만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모양이다.
이란의 민중 데모가 1991년의 모스코바의 공산체제 변혁처럼, 혹은 1989년의 천안문 살육으로 중국의 독재체제 유지처럼 종결될 지가 큰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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