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은 가도 집에는 못갑니다.”
한 배우의 하소연이다. 촌각을 다투는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하다보면 배우들의 몸은 만신창이다. 촬영장에서 병원으로 직행해 링거 주사를 뚝딱 맞고 촬영장으로 돌아오기 다반사다. 그래도 카메라 앞에서는 웃는다. 그들의 숙명이다.
MBC 월화특별기획 <선덕여왕>(극본 김영현ㆍ연출 박홍균, 김근홍)에서 미실 역을 맡아 호평받고 있는 배우 고현정은 영화 <액트리스>에도 중복 캐스팅되며 탈이 났다. 지난달 30일 영화 촬영 현장에서 고열과 두통을 호소하며 실신한 고현정은 급성 신우염 진단을 받았다.
<선덕여왕>의 관계자는 “전국 각지를 돌며 촬영하는 터라 1주일에 하루 쉬기도 버겁다. 게다가 영화 촬영까지 겹치며 피로가 쌓여 몸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 <선덕여왕>의 출연 분량이 워낙 많은 터라 고현정 없이는 방송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반나절만에 촬영장에 복귀한 고현정은 렌즈 앞에서 다시 환한 미소를 지었다.
배우 신은경의 연기 투혼도 이에 못지않다. 신은경은 최근 MBC 아침드라마 <하얀 거짓말>의 녹화를 마쳤다. 촬영 기간만 6개월이 넘는 강행군이었다. KBS 2TV 드라마 <엄마가 뿔났다> 이후 휴식 없이 투입된 터라 몸을 챙길 겨를이 없었다. 피로 누적에 몸무게가 줄면서 건강이 악화돼 지난 2월초에는 1주일간 특별휴가를 받기도 했다. <하얀 거짓말>의 한 관계자는 “촬영 내내 약을 달고 살았다고 알고 있다. 신은경의 노력과 배려 덕에 <하얀 거짓말>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배우 윤태영은 부상 투혼을 발휘했다. 윤태영은 MBC 드라마 <2009 외인구단> 촬영 도중 왼쪽 무릎 연골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지만 수술을 받지 않고 촬영을 강행했다. 결국 드라마 종영 후 지난달 26일 무릎 연골 재건 수술을 받았다. 윤태영의 측근은 “치료 기간이 한 달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곧바로 치료를 하지 않은 터라 치료 기간이 다소 길어졌다. 드라마 촬영에 대한 본인의 의지가 워낙 강해 말릴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KBS 2TV 사극 <천추태후>의 주인공 채시라와 종영된 MBC 드라마 <사랑해, 울지마>의 오승현은 낙마 사고를 당해 촬영을 중단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안전불감증이 부른 사고였다. 지난 2006년 1월에는 MBC 드라마 <늑대>를 촬영하던 에릭이 촬영 도중 교통사고를 당해 드라마가 조기 종영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드라마 촬영 일정은 가히 살인적이다. 하루 2,3시간 자기도 힘들다. 순간적으로 집중력을 잃으면 부상당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방송계의 생리를 잘 알고 있는 터라 누구도 나서서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자기 몸은 자기가 챙긴다’는 CF 문구가 방송계의 정설이다”고 말했다.
스포츠한국 안진용기자 realyong@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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