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봉 (수필가. 환경엔지니어)
7월 한 여름인 요즘, 캘리포니아 해안 지역의 온도가 예년보다 부쩍 낮다. 내륙과의 기온차가 30-40도나 된다. 물론 예전부터 샌프란시스코의 추운 여름은 유명했지만, 요즘 특히 더 하다. 왜 그럴까? 지구 온난화로 더워진다고 야단인데 왜 거꾸로 선선해지는 걸까?
지구온난화로 내륙온도는 예년 보다 더 뜨겁다. 그래서 더워진 공기가 급상승하고, 바다의 찬 공기를 만나면서 안개가 생기는 빈도가 잦다는 것이다. 결국 자주 발생하는 찬 안개 때문에 온도가 내려간다. 요즘 여름이 선선해진 이유는 아이로니칼하게도 지구온난화 덕분인 셈이다. 병 주고 약 주는 이상 기후현상이다.
지구온난화와 그로 인한 기후 변화가 21세기 지구촌의 최대 이슈다. 지난 달, 이태리에서 있은 G8회담에서도 급속한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주제였다. 온실가스 방출을 2020년까지 최소한 25% 줄이지 않으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는 위기감이 팽배했었다.
어떻게 지구온난화를 막을 것인가? 금세기 인류 최고의 난제를 풀기 위해 과학자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있다. 신선한 것도 황당한 것도 있다. 우선 재미있는 건 ‘우주거울’이다. 지구 궤도에 알루미늄 실로 촘촘히 짜여진 대형 거울을 설치해 태양 빛만 통과시키고 뜨거운 자외선을 차단시키는 발상이다. 일단 궤도에 올려놓으면 운영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하지만 태양열 1%를 감소시키기 위해 거울면적이 156만 평방 킬로에 달해야돼 엄청난 비용이 든다.
’구름방패’도 있다. 바닷물을 분사해 구름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이는 기술적으로 크게 어렵지 않고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지구 기후 변화에 심각한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이 따른다. 화산 폭발 시 나오는 유황을 이용, 햇빛 반사율을 높이자는 착안도 있다. 실제 1991년 필리핀의 피나투보화산 폭발 때 지구온도가 0.6도 정도 떨어졌다. 100만 톤 정도 유황로켓을 터뜨리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오존층 파괴와 산성비다.
또 다른 착상은 이산화탄소를 대량 흡수하는 방법이다. 해양펌프로 심해의 차가운 물을 수면으로 끌어올린다. 그러면 심해의 엄청난 양의 생물들이 광합성을 통해 이산화탄소를 대량으로 흡수 할 수 있다는 논리다. 물론 바다생태계의 파괴가 큰 단점이다. 또, 이산화탄소를 모아 심해 속에 죄수들처럼 가두자는 제안도 있다. 그러나 수백 년 후에 새어 나올 우려가 크다.
가장 실용 가능한 방법이 ‘바다 목초지’와 ‘인공나무’ 설치다. 바다에 이산화탄소를 잘 흡수하는 플랑크톤을 대량 재배하는 방법이다. 이는 벌써 실험중이다. 그러나 바다오염이 가장 큰 문제다. 인공나무는 이산화탄소만 흡수하는 나무를 제조하는 제안이다. 그런데 이런 나무를 유지하는데 많은 에너지가 드는 게 흠이다.
어느 것 하나 쉬운 방법이 없다. 한번 방출되면 100년 이상 사라지지 않는 이산화탄소를 인공적으로 제거하는 데 묘안이 없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오늘도 황당한 꿈을 꾼다. 이들 아이디어의 공통점은 인류의 필요를 위해 지구환경을 조종 내지 변형시키는 것이다. 이를 지구 엔지니어링(geo-engineering)이라 부른다. 이는 과학발전에 이바지하지만, 인위적인 환경조작이 재앙을 불러올 수도 있다.
1865년, 독일 과학자 케쿨레는 꿈에 뱀이 꼬리를 문걸 보고 6각형 벤젠 분자구조를 생각해 냈다. 그 꿈은 유기화학 발전에 획기적 전기가 됐다. 오늘도 지구를 이산화탄소 오염으로부터 회복시킬 꿈을 지구 공학자들은 꾸고 있다. 조물주가 그들에게도 계시적인 해결책을 은밀히 보여주시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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