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중(원불교 샌프란시스코 교당)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순간, 변하지 않는 두 가지 진실이 있습니다. 그 하나는 바로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고, 또 하나는 살아 있음이 글을 읽음으로써 확인된다는 사실입니다. 종교는 삶의 진실, 삶의 진리를 추구합니다. 그리고 진정한 진리와 진실을 찾았을 때, 누구나가 피할 수 없는 생로병사의 여정과 고락의 연속선상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잡고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의 확인과 이 살아있음이 눈, 귀, 코, 입, 몸 그리고 마음을 통하여 나타나고 확인되는 이 순간의 진실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나를 살아있게 하는 제반의 요소들을 살펴봅니다. 하늘의 공기가 있고, 땅의 바탕이 있고, 때에 따라 바람이 불며, 구름이 오고 가며 비를 내리고, 태양이 있어 밝게 비추고, 밤이 낮으로 낮이 밤으로 밤이 새벽으로 이 우주가 끊임없이 순환하는 가운데, 오늘과 내일로 끊임없이 연결이 되는 하루, 하루. 이러한 모든 작용들이 바로 나를 살아있게 하는 근본적인 요소들입니다. 빵 한 조각이 식탁 위에 오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손이 거쳤는지, 또 이로 인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또 다른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이러한 것을 공정하게 유통시키려는 제반의 법률들. 2달러가 못되는 이 식빵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없이는 하루도 존재하고 살아갈 수 없음을 느끼게 되니 새 삼 나의 존재가 너무도 크게 나가옵니다. 내가 살아 있음은 바로 우주와 전 생명이 나를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또한 내가 살아 있음으로 인하여 우주와 전 일체 생명이 또한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됩니다. 이것이 내가 살아 있는 진실입니다.
두 번째 진실은 지금 살아 있음으로서 이렇게 글을 읽고 이해하는 자신이 지금 여기에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렇게 보고,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너무도 경이로운 기적 중의 하나입니다. 불교에서는 내 마음의 참 실체를 본 것을 견성이라고 합니다. 견성은 바로 내 마음의 실체가 부처님과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확실히 본 것을 의미합니다. 견성은 바로 부처님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이 마음이 우주 만유 전 생명을 통하여 누구나가 다 그러함을 확실하게 보고 깨달은 경지를 말합니다. 그리고 깨침을 얻은 선사들은 이 경지를 선시로 표현하였습니다. 육조 혜능 대사는 말합니다. “마음 땅이 모든 종자를 머금었으니, 두루 내린 비에 모두 싹을 트이도다. 꽃의 뜻을 온통 깨닫고 나면 보리(깨달음)의 열매가 자연히 이루어지리라.”
나는 누구인가를 알고 살아가는 사람의 모습은 삶의 가치관이 달라집니다. 태양이 나를 키워주고, 우주가 나를 키워주는데, 어디에 나의 모습을 좋다 싫다, 못하다 덜하다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오직 소중할 뿐이지요. 그리고 나를 키워주는 이 우주가 고마울 따름이지요. 그러니, 내가 할 일은 이 모든 우주자연, 주위 모든 인연들에게 감사와 사랑으로 보은할 뿐이지요. 참 나의 모습을 본 사람은 허공과 같이 텅 비어 흔적 없는 가운데, 보고, 듣고, 말하고, 행동함이 바로 나의 실체임을 알기 때문에 삶에서 쌓아두는 일보다 흔적 없이 상 없이 말하고 행동하고, 보고 듣고 하게 됩니다. 허공이 만물을 안아 키우듯이 이러한 흔적 없는 마음에서는 만 생령이 살아납니다. 내가 살아나고, 주위가 살아나고, 웃음이 살아납니다. 진실을 추구하는 우리 모두, 지금 이 두 가지 진실을 항상 마음속에 확인하며 살아감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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