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실리의 팔레르모 여행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미국의 국민적 영웅이 이곳에서 마피아에 의해 숨진 스토리를 현지인들로부터 들은 사실이다. 기록에 의하면 그의 시신이 뉴욕으로 옮겨져 장례식이 거행 되었을 때 25만명의 시민이 참석했으며 뉴욕의 모든 관공서가 이날 하루 휴무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그는 누구인가. 1900년대 초 뉴욕경찰국 마피아 수사반장이던 주세페 페트로시노다. 프랑스의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가 죽었을 때 파리 시민 20만명이 몰려들어 화제를 모은 적이 있지만 그의 장례식 추모객 규모는 피아프를 능가한다. 기록사진들을 보니까 케네디 대통령 장례식과 비슷할 정도로 장엄하다. 이탈리아 남부 파둘라 출신인 페트로시노는 이민 1세다.
그의 수사 일화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세기의 테너 카루소에 대한 마피아의 협박공갈을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으로 해결한 사건이다. 그는 카루소와 함께 약속된 장소에서 돈을 건네주는 척하다 마피아와 결투, 범인의 다리를 부러뜨린 후 그 자리에서 배에 태워 시실리로 추방했다. 페트로시노에 의해 이탈리아로 추방된 시실리 마피아는 500명이나 된다. 당시 뉴욕 경찰 커미셔너였던 데어도어 루즈벨트(후일 대통령)는 그를 이탈리안으로는 처음 루테넌트로 특진시켜 마피아 수사반장직을 맡겼다.
페트로시노는 수많은 강력사건을 해결했으며 마피아 증인 보호 프로그램, 제보자 상여제도, 수사관의 조직범죄단 위장침투 합법화 등 마피아 수사에 획기적인 제도를 마련했다. 그는 국민적 영웅으로 존경 받았으며 시사만화에 등장할 정도였다. 그러나 페트로시노는 1909년 시실리 경찰의 협조를 얻기 위해 팔레르모에 출장 갔다가 마피아 3명의 총격을 받고 숨졌다. 어네스트 보그나인이 주연한 ‘Pay or Die’가 그의 일생을 그린 영화이며 실물도 보그나인 비슷하게 생겼다. 케네디 대통령이 아이리시 계 이민의 전설이라면 페트로시노는 이탈리아계 이민의 전설이다. 당시 마피아 때문에 손상된 미국의 이탈리아계 이미지가 페트로시노의 영웅적인 죽음으로 크게 회복되는 효과를 가져왔었다.
미국 마피아와 시실리 마피아는 어떻게 다른가. 미국 마피아는 경찰관이나 판사등 공무원 그리고 상대방 마피아의 가족 살인을 금기로 여긴다. 그러나 시실리 마피아는 정반대다. 자신들에게 유죄판결을 내린 판사는 물론, 상대방 마피아의 가족들까지 무자비하게 살해한다. 자식들을 살려두면 후일 보복한다는 것이다. 이는 영화 ‘대부 2’에서 잘 그려져 있다.
대부분의 미국 마피아가 시실리 출신이지만(가수 프랭크 시나트라도 시실리 계)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이 럭키 루치아노다. 팔레르모 출신인 그는 뉴욕 5대 마피아를 공동협의체인 커미션으로 묶어 자신이 ‘카포 디 뚜띠 카피(보스 중의 보스)로 군림했으며 마약에 손댄 최초의 인물이고 마피아로는 드물게 명을 다하고 죽은 행운아(?)다.
왜 미국에서 마피아의 존재가 가능한가. 민주주의 제도에 따른 재판 때문이다. 유죄는 입증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증인이 있어야 하는데 마피아는 이 증인들을 협박하거나 살해해 증거를 없애는 방법으로 법망을 빠져 나온다. 그러니 경찰과 검찰이 당할 도리가 없다. 이들을 박멸하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무솔리니 독재시절 시실리에는 마피아가 없었다. 왜냐하면 마피아로 의심되는 자는 무조건 총살 시켰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의 대가가 비싸다는 사실을 마피아가 입증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북한에서는 왜 조직범죄가 불가능한가. 마피아를 대신해 이들이 직접 위조지폐를 만들어 내고 마약을 거래하니 우선 경쟁자의 입장에서도 묵인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독재와 마피아는 상극이다. 민주주의의 온상에서만 독버섯은 성장이 가능하다.
이철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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