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입국과 적대 행위죄로 북한에서 12년 형을 선고받고 노동 교화소 갈 날을 기다리던 두 여기자가 마침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5일 버뱅크 공항에서 가족과 상봉하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은 그대로 한 편의 드라마였다.
풀려난 여기자 한 명은 “따라오라고 해 ‘이제 드디어 교화소로 끌려가나보다’ 생각하다 문을 여니 빌 클린턴 대통령이 서 있었다. 우리는 곧 우리의 악몽이 끝나가는 것을 알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지옥에서 천사를 만났다는 말은 바로 이런 때를 두고 하는 것일 것이다.
북한의 교화소는 인간 생지옥으로 이들이 그곳에 갔다면 살아생전에 가족과 만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김정일과 만나 이들을 빼내온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공로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그는 이번 일의 성공으로 그가 갈망하던 ‘원로 정치인’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여러 스캔들과 대선에서의 힐러리 패배로 실추됐던 위상을 되찾았다.
북한은 북한대로 김정일이 건재함을 내외에 과시하면서 대결로 치닫던 미국과의 관계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이번 일이 순수한 인도주의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직 대통령이 김정일과 만났다는 사실만으로도 앞으로 양국 관계 변화와 관련, 정치적 의미는 충분하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클린턴의 방문이 1994년 카터 전 대통령의 방북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 때도 북 핵 위기로 당시 대통령이던 클린턴은 미군에 전쟁 준비를 지시하기까지 했으나 제네바 협정이 타결되면서 파국을 면할 수 있었다.
오바마 행정부는 더 이상의 양보는 없으며 핵 포기 없이 양국 관계는 정상화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쉽사리 핵을 내놓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타협이 쉽지는 않겠지만 양쪽 모두 대화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점도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의외의 돌파구가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린턴 방북이 여기자 석방을 넘어 북 핵 해결과 한반도 평화 정착의 계기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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