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제국의 멸망은 다른 데 있지 않다. 납중독이 그 원인이다. 고대 로마인들은 방대한 수도관을 건설하면서 납을 사용했다. 그 납 성분이 신체에 쌓이면서 찬란했던 로마제국은 무너져 갔다.
‘뜻밖의 세계사’라고 불려야 할까, 이런 종류의 주장들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왜 한 제국이, 문명이 몰락하는가. 정사(正史)의 입장은 사람에 초점을 맞춘다.
‘뜻밖의 세계사’에서는 다른 곳에 초점이 맞추어지기도 한다. 한 작은 바이러스가, 혹은 예기치 못한 천재지변이 그 원인일 수도 있다는 주장을 펴는 것이다.
일본의 한 역사학자는 발해의 멸망을 이상기후에서 찾았다. 그 주장에 따르면 서기 870년에서 934년 사이 백두산은 화산폭발을 일으켰다는 것. 뒤이어 엄습한 이상기후로 극도의 혼란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거란족이 침입해 발해는 홀연히 멸망했다는 것이다.
물론 가설이다. 그러나 고대 미노아 문명이 B.C. 1600년경 크레타 섬을 강타한 대지진이후 급격히 소멸된 것으로 밝혀지는 등 고대문명이 천재지변으로 무너진 경우가 하나 둘이 아니란 점에서 흥미를 끌고 있다.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산불이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또 산불이 발생했다. 벌써 며칠 째인가. 하늘은 잿빛으로 변하고 매캐한 연기냄새가 진동하고 있다.
산불은 인재(人災)인가, 천재(天災)인가. 80% 이상의 산불이 실화 내지 방화가 그 원인이다. 그 점에서 많은 경우 인재다. 그 판정이 달라지고 있다. 천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작은 실화로 시작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상기후에 따른 가뭄은 산불발생의 최적 조건을 제공한다. 그래서 한번 불이 났다하면 대형화재로 변하고 뒤 따르는 게 환경파괴다. 이 같은 ‘이상기후-가뭄-산불발생-환경파괴…’의 악순환은 천재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동시에 새삼 지적되는 게 인간의 탐욕이다. 보다 쾌적한 주거환경을 찾아 인간은 자연을 파괴한다. 그 탐욕의 대가가 산불이고, 자연의 보복이라는 자성(自省)의 소리다. 아마도 틀리지 않은 지적일 것이다.
역사는 그러나 천재지변 그 자체 보다 그 재앙에 어떻게 한 공동체가 대응했는지에 더 관심을 쏟는다. 한 역사가의 말이다.
이번 화재에 벌써 2명의 소방대원이 순직했다. 화마(火魔)와의 혼신의 싸움에서 이들은 말 그대로 산화한 것이다. 산불은 하룻밤 사이 거의 2배로 확산되면서 1만2천 가구와 방송국 안테나 단지와 주요 실험소 등도 화재 위험에 놓였다.
이 상황에서 시급히 요구되는 게 무엇일까. 자원봉사의 시민정신이다. 아픔을 함께 하며 어려움에 더불어 대처하는 공동체 정신이다. 한인들의 적극적인 봉사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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