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갓 입학해서 교양 과목 수강 신청을 하는데, 심리학이란 과목이 유난히 눈을 끌었다. 심리학을 열심히 공부하면 여대생들의 마음도 꿰뚫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었다. 이 얼마나 좋은 환상이었던가?
“일반 심리학”이란 과목의 수강 신청을 하고 나서 한 수 더 떴다. 청계천의 헌 책방에 가서 심리학에 관한 책을 여러권 샀다. 미녀의 마음을 훤히 알고 있으려면 이 정도의 노력 쯤이야…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용어들을 헤쳐가면서 읽고 또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화 여대생들과의 미팅이 있었다. 거기서 파트너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하려는데 씨도 안먹혀들어갔다. “이론 없는 경험이 경험없는 이론보다 낫다 (Experience without learning is better than learning without experience.)”는 말이 입증된 셈이다.
하지만, 이 때 공부했던 것들이 머릿속에 맴돌면서 사진 작품에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다. 구도는 어떻게 짜야하고 왜 그렇게 되어야하는지에 적용되고 있었다. 사진을 가르쳐 준 사부들의 대부분이 대학에서 심리학이나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했었다. 사진은 순간 포착을 잘해야하므로 판단력이 빨라야하고,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의도가 재빠르게 정립되어야한다. 사진학을 전공한 사람들이 사진으로 대성하기가 힘든 것도 사진을 학문으로 배운 것이 큰 단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사진 예술을 현장에서 뛰는 프로들이 주도하는 반면, 한국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주도하고 있다. 사진 컨테스트에도 한국에서는 대학 교수들이 심사 위원으로 위촉된다.
자신의 사진 작품은 자신의 마음을 대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똑 같은 주제를 여러 각도에서 찍은 사진들을 컨테스트에 출품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러한 사람들은 주로 결단력이 없다. 자신이 한장 고르지 못하고 이것도, 저것도 좋아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주제없이 이것 저것을 다 포함시킨 사진을 출품하는 사람들은 욕심이 많거나, 뚜렷한 개성이 없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화면에 이것도 포함시키고 싶고, 저것도 포함시키고 싶어서 자신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인데, 마치 주제없이 돌고도는 목사님의 설교 말씀이나, 한인 캐더링 (catering) 음식을 차린 상과 같다하겠다. 한인 캐더링 음식을 보면, 정확한 주제가 없이 나물도 있어야하겠고, 생선전도, 삼겹살도, 갈비도, 김치도, 해파리 냉채도… 그러니 욕심 많이내고 상다리 부숴지도록 차린 밥상이 되어 무엇을 먹었는지 모르지만 배불리 먹은 것만 기억나게 된다.
컨테스트에서 석장까지 낼 수 있다고 하면, 모두 석장을 내고자 한다. 당선될 확율이 크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낸 석장 모두를 상 위에 올려놓고 보면, 그 작가의 사진 기술을 볼 수 있다. 석장 모두가 한결같이 우수한 작품인지 (consistence), 아니면 한장만 우연히 잘 찍은 것인지를 (coincidence)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작품 경향을 보면 그의 생활 배경이 조금씩 드러나기도 한다.
또한, 예리한 관찰력으로 인간의 행동 과학도 (Human behavioral science)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한번은 침대 매트레스를 사러 갔었는데, 놀라운 것을 하나 목격했었다. 부부들이 여기저기 있는 매트레스 위에 누워 보는데 남자들과 여자들이 각각 모두 매트레스의 같은 쪽에 눕질 않는가? 누가 시켜서 그렇게 하지도 않았는데.
그러므로 사람의 눈은 어릴 때부터 훈련된대로 보는 것을 편하게 여긴다. 이러한 안락함을 깨면 시선을 집중시키거나 거부 반응을 일으킨다. 법을 지키면 문제도 되지않고 흥미도 없다. 그러나 법을 위반하면, 온갖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뉴스도 된다. 19세기 말의 저명한 언론가 찰스 데이나 (Charles Dana)는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되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뉴스가 된다”고 했다. 센세이셔날한 작품을 만드는 일은 습관에 젖은 법칙을 깨뜨리고 창작하는 것이다. 보는 이들의 마음을 꿰뚫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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