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에도 어김없이 산불이 발생했다. 이제 남가주의 산불은 연중행사로 자리 잡은 듯하다. 피해 규모의 차이가 있을 뿐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주말 라카냐다에서 시작되어 사방으로 확산 중인 금년의 ‘스테이션 산불’은 15만 에이커의 삼림과 60여채의 주택을 전소시킨 후 3일 오후 현재 남동쪽 몬로비아와 시에라마드레 쪽으로 옮겨가며 계속 타오르고 있다.
지난 한 주 남가주의 모든 주민은, 화재 발생지역과의 거리 원근에 상관없이, 산불 속에 살았다. 매캐한 연기 냄새를 맡으며 핵실험을 연상케 하는 거대한 버섯구름과 스모그 찬 잿빛 하늘의 기이한 붉은 해를 불안하게 바라보며 많은 주민들이 생생하게 떠올린 것은 대부분 한번쯤 경험했던 ‘우리동네 산불’에 대한 생생한 기억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산불은 지난 수십년 샌디에고에서 샌타바바라에 이르기까지 남가주 전 지역 곳곳을 휩쓸며 우리와 함께 살고 있다.
산불은 말 그대로 산속의 불이며 잡목과 덤불을 정리해 새로운 나무가 자랄 수 있도록 돕는, 생태계 순환을 위한 자연의 자정기능에 속한다. 문제는 이 와중에서 발생하는 인명과 재산 피해다.
자연의 현상인 산불을 발생부터 막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피해를 줄이는 노력은 해야 한다. 정부의 공공정책도 중요하고 개개인의 대비책도 필요하다. 근본적인 해결책은 산불지역 내 건축규제이지만 주택구입시 방화재 사용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산불이 발생했을 때 큰 차이를 만든다. 방화재 사용 신축주택들이 불길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난 몇 년간 산불 때 마다 증명되었다. 대피령을 받아 급히 집을 나와야 할 경우 무엇부터 챙길 것인가. 보통 서류와 사진을 꼽는다. 세금과 보험, 출생증명서와 시민권 증서 등 중요서류와 추억이 담긴 가족사진 등을 방화 처리된 파일박스에 정리해 두는 대비도 산불과 함께 사는 자세 중 하나다.
남가주 산불의 계절은 보통 고온 건조한 샌타애나 바람이 음산하게 몰아치는 10월말이다. 금년 산불은 일찍 찾아온 것일까, 아니면 더 맹렬한 산불의 예고였을까. 그 결정은 자연의 영역에 속한다. 자연과 싸워 이기기 힘든 우리는 최선의 대비로 마음의 평화를 얻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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