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밖에 선전에, 선전을 거듭했다. 그의 출마는 소수계, 특히 흑인 커뮤니티의 어젠다를 전 미국에 알리는 데 그칠 것으로 생각됐었다. 그런데 예상 밖에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88년 대선레이스 민주당 예선에서 흑인 정치인인 제시 잭슨 목사가 ‘작은 돌풍’을 일으켰었다. 그 정황에서 한 가지 뉴스가 불거졌다. 잭슨의 사생활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그 뉴스는 그러나 불발로 끝났다.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다. 그러면 바로 뒤따르는 게 언론의 검증작업이다. 공직자로서 커리어는 말할 것도 없다. 사생활까지 현미경으로 뒤지듯 파헤쳐진다.
그러다가 조금만 불미스러운 점이 발견되면 대대적으로 보도되면서 스캔들로 번진다.
그 검증과정에서 쓰러진 정치인이 하나 둘이 아니다. 대권주자에게 그만큼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게 미국의 풍토다. 그런데 잭슨의 경우는 왜 유야무야 처리되고 말았나.
혹독하다고 할 정도의 엄격한 검증 잣대는 어디까지나 백인일 경우에 적용됐었다. 흑인인 경우 그 검증의 잣대는 달랐다. 적어도 80년대 제시 잭슨이 두 번이나 대통령에 출마했을 때에는.
왜 그러면 이중 잣대인가. 그 설명이 쉽지 않다. 그 숨겨진 주된 이유는 인종차별주의자로 낙인찍힐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말하자면 ‘백인의 원죄’가 그 해답이었던 셈이다.
미정치계에 인종차별논란이 새삼 불거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 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연설을 하던 중 조 윌슨 공화당 하원이 ‘당신 거짓말이야’하고 외쳐댄 게 그 발단이다.
이 사태는 ‘의원의 품격문제’ 정도로 처리될 것 같았다. 그런 것이 카터 전 대통령이 그의 발언은 인종주위에 기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인종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카터의 주장은 맞을까. 그 답은 ‘노우’이자 ‘예스’인 것 같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탄생에 미 전국이 축하분위기에 휩싸였다. 그게 불과 10개월 전이다. 그 10개월 사이 미국은 그러면 인종주의 나라로 되돌아갔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때문에 ‘노우’란 답이 나오는 것이다.
오바마 정책에 대한 반대가 계속 확산되고 있다. 그 정책에 대한 반감의 표현이 무례한 언동으로 응축됐을 뿐, 다른 게 아니라는 지적은 그래서 설득력을 갖는다.
미국사회에 여전히 존재하는 게 인종의 벽이다. 그리고 대통령에 대한 비난, 반대를 바로 인종차별주의로 받아들였다는 점에서 그 답은 ‘예스’일 수도 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인종문제에 민감한 정서, 그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다양한 생각을 토의하는 것을 막을 때 확산되는 것은 오히려 증오’라고 설파한 한 흑인 논객의 지적을 새삼 음미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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