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그·글래머·뉴요커·배니티 페어 등 모기업 긴축재정 실시
콩데 나스트 출판이라고 하면 아는 사람이 별로 없지만 이 기업에서 내는 잡지 이름들을 말하는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 대표적인 잡지만 꼽아도 패션분야의 보그, 글래머, GQ, W, 얼루어 등이 이 기업에서 나오고, 신부들을 위한 브라이즈, 모던 브라이드, 골프 잡지인 골프 월드, 골프 다이제스트, 음식 잡지인 고르메, 본 아페티, 여행잡지인 콩데 나스트 트래블러, 그리고 문화를 다루는 배니티 페어와 뉴요커 등이 모두 이 회사에서 만드는 잡지들이다. 한마디로 잘 먹고 잘 사는 법, 좀 더 정확히 말하면 호화롭고 사치스럽게 먹고 사는 법을 전문으로 다루는 잡지들이다. 이 호화잡지 왕국에도 긴축재정 바람이 불어들었다.
캐비어와 생음악 파티에 익숙한 분위기
예산 25% 삭감 명령에 잡지사들 당황
콩데 나스트 각 사에 경비절감 명령이 떨어졌다. 콩데 나스트는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와 계약을 맺고 경비절감 방안을 분석해왔다. 이제 맥킨지 측의 3개월 프로젝트가 끝나가면서 여러 잡지들에 예산을 25% 삭감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
콩데 나스트 소속 발행인들과 편집장들은 올해 들어 경비 절감의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던 터였다. 광고 수익이 떨어진 때문이다. 그 여파로 올해 도미노와 콩데 나스트 포트폴리오 등 두 잡지가 폐간되었다.
하지만 콩데 나스트의 경비절감은 다른 신문사나 잡지사의 경비 절감과는 다르다. 예를 들면 10월13일 남성 잡지 GQ는 워싱턴에서 막강한 요인들을 불러 파티를 연다. 파티의 이모저모가 오는 11월 판에 소개될 예정인데 그 파티가 열리는 장소가 701 레스토랑이다. 캐비어와 피아노 생음악으로 유명한 고급 식당이다.
GQ의 파티 경비는 그게 다가 아니다. 뉴욕의 담당 기자들 몇 명이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날아가는데 최근 이들에게 회사 측으로부터 이메일이 갔다. 그날 저녁 개인 경비를 1인당 1,000달러로 제한하라는 것이었다. 콩데 나스트의 돈 씀씀이를 보여주는 한 예이다. 다른 잡지사 직원들이 보기에는 부럽고도 눈꼴 신 모습들이다.
콩데 나스트의 편집장들과 발행인들은 하루 24시간 운전기사가 대기 중이고, 스탭들은 점심을 주문해서 먹을 경우 하루에 15달러씩 회사가 환불 해준다. 프리랜서들의 경우도 출장 중에는 W 같은 고급호텔에서 묵는다.
이런 사치가 투자은행이나 법률회사의 기준으로는 별게 아니다. 최소한 이번 불경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다른 잡지사들에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들이다.
타임, 피플 등 20여개 잡지를 발간하는 타임 사는 지난해 10월 600명 감원 계획을 세우고 그 대부분을 연말이 가기 전에 실행했다. 아울러 지출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허스트 사 역시 지난 연말 감원을 단행했다. 비즈니스 위크는 현재 새 매입자를 찾는 가운데 20% 감원을 제안해놓은 상태다.
콩데 나스트 직원들은 이제껏 온실에 있다가 이제 찬바람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맥킨지 컨설팅 팀은 지난 3개월간 뉴욕의 콩데 나스트 본부 건물들에 머물면서 편집장, 발행인 그리고 다른 중역들과 만나 어떻게 경비가 지출되어 왔는지를 살폈다. 그 결과 맥킨지 컨설팅 팀은 25%의 경비절감과 함께 오는 2010년 예산은 판매고가 현 수준으로 동결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편성할 것을 추천했다.
잡지에 따라 적용되는 규정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뉴요커의 경우 편집국은 경비삭감에서 예외로 남는다.
예산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줄일지는 각각의 발행인과 편집장들이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저명한 편집장들인 보그의 애나 윈투어나 배니티 페어의 그레이던 카터 같은 인물들이 자신들이 누리고 있는 타운 카 서비스 같은 걸 중단할 것 같지는 않다. 이들 잡지는 호화로움을 파는 것이 특징인데 보그 편집장이 메트로 정기탑승권을 들고 일반 통근자들과 타임스 광장에서 부딪치며 출근한다면 좀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회사 중역들의 말로는 분명하게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없지 않은데 말하자면 외부 인력, 즉 저명한 사진작가나 저술가, 스타일리스트들과의 계약 조건이다.
또 다른 경비절감 부분은 잡지 홍보 아이템이나 사진촬영 경비 등이다. 예를 들어 이들 잡지에서는 화보 촬영을 며칠 씩 하고는 잡지에 싣지 않는 사진들까지도 비싼 가격을 주고 사들였었다. 직원들이 고급 식당에서 거의 매일 점심을 주문해 먹는 데 대한 경비 역시 삭감이 가능한 부분이다.
경비를 절감할 수 있는 또 다른 분명한 방법은 감원. 콩데 나스트는 거의 1년 동안 신규채용 동결해왔고, 결원이 생겨도 자리를 채우지 않았지만 대규모 감원 발표는 아직 없었다.
일부 잡지들은 발행 횟수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기도 하다. 1년에 12번 발간하던 잡지를 10번만 발간할 경우 광고주들은 별로 개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로인해 구독자들이 정기구독을 취소하거나 잡지에 대한 흥미를 잃게 되면 장기적으로 광고에 파장이 미칠 수밖에 없다.
콩데 나스트가 불경기 여파를 받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들 잡지가 가판대에 의존하던 데서는 벗어났지만 값이 비싼 가판대 판매를 통해 상당한 수익이 들어오는 것은 여전하다. 그런데 올해 상반기 6개월 동안 콩데 나스트의 가판대 판매고는 1년 전에 비해 200만 달러가 줄었다.
반면 본 아페티를 제외한 모든 콩네 나스트 잡지들은 같은 기간 정기구독자가 늘었다.
하지만 주 수입원인 광고 수입은 철퇴를 맞았다. 콩데 나스트는 이번 10월호까지 포함, 지난해에 비해 광고 페이지가 8,000 면 줄었다. 이 수치는 브라이즈 등 신부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는 제외한 것이다. 신부 대상 잡지는 광고가 1/3 줄었다.
콩데 나스트의 호화잡지들은 더 이상 경비절감을 피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단지 경비 삭감으로 인해 잡지의 고급스런 질이 떨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관계자들은 말한다.
<뉴욕 타임스 - 본사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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